경기도 여주의 A초등학교엔 다음해 2월에 졸업하는 6학년 학생 100여명이 재학 중. 하지만 예년과 달리 올해는 학운위 결정에 따라 졸업앨범을 제작하지 않기로 결정. 학교 관계자는 “교사, 학부모는 물론 학생 상당수가 디지털 범죄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사진 촬영을 원치 않았다”며 "1960년대에 개교한 뒤 처음으로 졸업앨범을 만들지 않는 해가 될 것 같다”고 전해.
대개 4월은 각 학교들이 졸업앨범을 위한 사진 촬영으로 분주할 시기. 하지만 올해는 앨범 제작을 하지 않는 학교가 늘고 있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합성·편집(딥페이크)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범죄가 늘면서 졸업생·교직원의 사진이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 많아.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에서 졸업앨범 제작·구매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시기인데, 제작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난 14일 밝혀.
이처럼 학교가 졸업앨범 제작을 망설이는 이유는 졸업 사진 등이 딥페이크에 악용되는 사례 때문.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딥페이크 피해 건수는 지난 2023년 423건에서 지난해 1384건으로 3.3배 이상 증가. 이 중 10대 피해자가 절반에 가까워(46.3%, 640건). 박성혜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삭제지원팀장은 “초등학생 대상 합성 피해도 다수 접수된다”고 전해.
교사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교총 설문조사에서 응답 교원의 93.1%(3294명)가 졸업앨범 수록 사진이 딥페이크에 악용될 수 있다고 답해. 졸업앨범 제작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답한 교사가 67.2%(2378명)에 달해.
초등생 자녀를 둔 서울의 한 부모는 “최근 졸업앨범엔 담임교사 사진도, 친구 연락처도 없다고 해 씁쓸했는데, 이제 아예 제작까지 안 한다고 하면 나중에 추억할 거리가 없을 것 같다”고 아쉬움 전해. 반면 한 고교생 학부모는 “자녀 사진이 유포될까 걱정인데 아직도 아이 학교는 전원 촬영, 구매해야 한다”며 “원하는 학생만 사진이 실리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하며 부모들 반응 엇갈려.
졸업앨범을 제작하지 않는 학교들은 전교생이 나오는 인쇄본 대신 학급 단위의 디지털 앨범이나 개인 기념사진만 제공하는 방식의 대안 제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요즘 학생들은 졸업앨범 대신 학창 시절을 기억하는 새로운 방식을 스스로 제안하고 있다”며 “추억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시대에 맞춰 다른 형태로 기록되고 공유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의미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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