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2025)부터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의 의무 시행으로 학생들이 직접 과목을 선택하고, 과목별로 최소 성취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로써 지난 수 년 간에 걸쳐 연구와 준비를 거쳐 이젠 본격적인 실행에 돌입한 것이다. 그동안 각 고교에서는 이에 대비해 법적, 제도적 의무시행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 교사를 중심으로 연수와 환경개선에 힘써왔으며 학생, 학부모들에게 홍보와 시행에 필요한 안내를 실시했다. 심지어 개학을 앞둔 올 초까지도 이를 점검하는 각시도 교육청이 많았다. 그만큼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대응인 것이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는 더 이상 돌출 문제점 없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인가? 여기엔 ‘그렇다’고 선뜻 답변을 할 수 없는 숨겨진 암초가 있다. 곧 성취도 40% 이만의 유급생 발생에 대한 대책과 그들에 대한 지도 방침 등 새로운 문제들이 잠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출석에서 학점으로 이수 기준이 바뀌며 고교 졸업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유급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17개 시⋅도 교육청은 이에 대한 교육 및 해결책 마련에 보다 고심해야 한다. 이는 올해 입학하는 고1 학생부터 바뀐 졸업요건을 충족해야 졸업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및 고교학점제 이해교육을 보다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택한 과목에 맞춰 개별 시간표를 구성해 그에 따라 3년간 공부하며 이전과는 다른 다양한 방식으로(주말 수강, 대학 연계 등) 192학점 이상을 취득하도록 지도하는 것과 필요한 교사 확보가 효율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기존 교육과정 운영과 비교하여 요구되는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올해 고2·3학년에 적용되는 기존 교육과정은 출석 일수를 3분의 2이상 채우면 졸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강한 과목이 적어 취득 학점이 부족하거나, 수업을 들어도 학업 성취율을 충족하지 못해 유급할 가능성이 생긴다. 문제는 혹여 낮은 학점을 받더라도 재수강을 통해 학점을 복구할 수 있는 대학 교육과 달리 고교학점제는 재수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탈락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대 과제임을 인식하고 성취율 미도달이 예상될 경우에는 예방 지도를 실시하고, 실제로 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는 보충 지도를 통한 이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전국의 모든 고교를 대상으로 실제 발생할 상황에 대비하여 가상 연수를 강화하고 이에 대한 대책도 재점검하는 총체적 지원 시스템과 교사 개인별 컨설팅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점은 또 있다. 40% 미만의 학업성취도를 예방하기 위해 학교가 의도적으로 평가를 수월하게 실시하여 실질적인 학력부진아를 양산할 가능성이 그것이다. 이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 평가의 본질을 흐리고 비교육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각 시도 교육청은 이런 문제점을 인지, 관리 체제 구축을 강화해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또한 학교별로 교사들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최소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강화해 학업 성취율 미달의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고교학점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함에 따라 일부에서의 부정적이고 반대 입장을 취했던 상태에서 제도적으로나 실행에서나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실천만이 요구된다. 반대를 위한 ‘이유 찾기’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교육적 의미 등 그 실효성에 대해서 진보, 보수 거대 양대 정당이 인정한 이상, 이제는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과 긍정적인 입장에서 펼쳐 나가야 한다.
세상의 그 어떤 제도도 100% 완벽한 것은 없다. 고교학점제 실행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점은 개선을 이루어나가는 동시에 그 과정과 절차에 대해서는 정보를 공유하는 정책적 지원이 긴요하다. 특히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았던 성취율 미이수 학생들에 대한 특별 지도 방식과 그 대책 등은 시⋅도 교육청 구분 없이 안착되도록 공유함으로써 성공적인 고교학점제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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