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교수

대전 초등학생 살인 사건은 우리 사회 안전망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교육 현장의 안전과 교사 관리 체계의 문제점도 대두됐다. 학교 안전 강화를 위한 '하늘이법' 추진이 논의되고 있지만, 경찰청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전국 6000여 개 초등학교에 전담경찰관 배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학교전담경찰관 1명이 평균 10.7개교를 담당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행 학교보안관 제도는 시설 보안과 등하교 안전 등 하드웨어적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학교 내부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 더구나 최근 급증하는 청소년 도박, 딥페이크 성범죄, 학교폭력 등 새로운 유형의 범죄는 기존의 대응 체계로는 해결이 어렵다.
선진국의 사례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미국에서는 민간 탐정들이 학교 내 폭력 사건 조사와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한 증거 수집에 참여하며, 변호사나 학교 관계자들과 협력하여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경시청 관리하에 탐정들이 실종자 수색부터 학교 폭력 피해 학생 보호까지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영국에서는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민간 탐정들이 전문적인 조사 활동을 수행하며 이는 학교 안전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칠레에는 '함께 살기와 학교 폭력 예방(Living Together and Preventing School-based Violence)'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민간 조사관인 탐정이 학교 폭력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조기에 발견하는 예방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민간 전문가들이 학교 안전 확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공인탐정법 도입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21대 국회에서 상정됐던 탐정법안 3개가 22대 국회에서 아직 재발의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이 법안들을 현 시점에 맞게 보완하여 재추진한다면, 민간 조사원의 자격과 권한, 의무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전문적이고 책임감 있는 민간 보안 서비스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제는 공인탐정법 제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치권의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공인탐정법 도입 시 고려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사항이 있다. 첫째, 민간 탐정과 기존 학교 안전 인력 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학교전담경찰관은 범죄 수사와 예방을, 학교보안관은 시설 보안을, 민간 탐정은 전문적인 조사와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방식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개인정보 보호와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민간 탐정의 조사 활동 범위와 방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의 제재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셋째, 재원 마련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학교 안전 예산의 일정 부분을 민간 보안 서비스에 할당하거나, 교육청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우리 서울디지털대학교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국내 최초로 '아동청소년 탐정론' 교과목을 도입했다. 이는 민간 차원의 전문적인 조사 서비스를 통해 학교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선제적 노력의 일환이다.
이제 모든 치안 문제를 국가기관이 전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인력과 예산의 한계는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다. 공인탐정법 도입을 통해 민간 보안 서비스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경찰, 학교, 민간 탐정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새로운 학교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하늘이법 논의를 계기로, 공인탐정법 도입과 이를 통한 학교 안전 강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