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최근 몇 해 동안 온갖 불행하고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 보호 관련 법 제정이 이루어졌다. 스쿨존에서의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일명 ‘민식이법’은 2019년 당시 9세였던 민식이가 어린이보호 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후에 제정되었다. 2020년 어린이 시설 안전사고 시 응급조치를 의무화하는 ‘해인이법’은 2016년 다섯 살이던 해인이가 어린이집 앞에서 사고를 당한 후에 응급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에 연유해 제정되었다. 통학버스 내 이동 하차 여부를 확인하는 ‘한음이법’은 2016년 당시 세 살 이한음 어린이가 통학차량 안에 방치돼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2015년부터 동승 보호자 의무 탑승 등을 담은 ‘세림이법’은 아이가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량에 치여 숨진 뒤 생겼다. 아동학대 의심신고 시 즉각 분리 등을 담은 ‘정인이법’은 2020년 양부의 상습 학대로 숨진 것에 대한 대응책이다. 2010년 백혈병에 대한 잘못된 투약에서 비롯된 ‘종현이법’도 마찬가지다. 이 모두의 공통점은 어린이 이름을 담은 법이 사후에 우후죽순 격으로 제정된 것이다.

서두에서 이렇게 그동안 제정된 법을 장황하게 열거함으로써 필자 또한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사후약방문’ ‘만시지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등으로 모두가 불행한 일을 당한 이후에 부랴부랴 번갯불에 콩 튀기듯이 제정된 것으로 사전에 비극을 예방하지 못하고 사후에야 뒤늦게 예방시스템을 만들고자 처리된 것들이다.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겠지만 이러한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땅에서는 어린이 관련 각종 비극이 끊이지 않는다. 며칠 전 김하늘(8세) 어린이가 담당 교사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제2의 하늘이가 안 나오게 해주세요.” 김하늘 어린이의 아버지가 절규하며 일명 ‘하늘이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다. 이 참사가 발생하기 이전에 몇 차례의 하인리히 법칙의 정황이 있었다. 사건 당일 장학사가 학교를 찾아 분리 조치를 권고했고, 가해자는 무단 외출을 해 흉기를 구입 했다. 범행 4일 전에는 동료 교사의 목을 조르는 폭력을 행했다. 하지만 역시 뒤늦은 조치로 정부와 정치권은 하늘이법 제정에 나섰고 교원 정신질환 검사 의무화, 정신건강 문제 교사 직권 휴직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불감증, 특히 학교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번 불행한 비극을 겪고 나서야 피해 어린이의 이름을 딴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가, 자괴감이 압도한다. 언제까지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거두어들일 수 있을까? 문제는 이미 제정된 법률이 시행 중임에도 여전히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법 처벌의 강도가 미미하기 때문인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음의 상황을 보라. 민식이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쿨 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22년 529명에서 2023년에는 523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으며, 정인이법의 경우에는 아동학대 건수가 2023년에 4만8522건으로 전년보다 5.2%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래서 항간에는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부끄러운 어른들의 민낯’ 등 자조 섞인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은 인과응보, 자업자득의 필연적 결과로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김하늘 양의 비극에도 앞으로 더 우려되는 일이 없지 않다. 현재 돌봄 교실 교사 1명이 학생 31명을 맡고 있는 현실은 시급히 시정해야 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맞추어 당연히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단순 숫자 놀이와 탁상공론의 정부의 교원 정원 정책에 문제가 있다. 과연 정부는 교육개혁의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가? 교육문제 해결이 이렇게 단순하다면 무슨 개혁이 필요한가? 교원 법정 정원부터 채워야 한다. 정권의 업적 쌓기에만 몰두하는 비교육적인 정책도 문제다. 또한 아이가 숨질 때마다 신속히 희생자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기만 반복하면서 대책을 마련했다고 자위하는 것은 아닌지? 사건의 본질에 보다 숙의해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시스템 안착과 이를 지키는 의식이 먼저다. 제발 이 땅에 더 이상의 어린이 비극이 없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