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이후 AI 디지털교과서 교과목은 전문가 검토와 시도교육청 협의를 거쳐 조정안을 마련하겠다.”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에서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한 말이다.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이 AIDT에 대해 시도교육감들의 우려가 있다고 질의하자 이같이 답했다.
“학생 복귀와 의대 학사 정상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이 개인적인 사유로 신청한 휴학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달 29일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의대가 설치된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과 영상 간담회를 가진 뒤 나온 교육부 입장이다.
공교롭게도 AIDT와 의료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이 각별한 개혁 프로젝트.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료, 교육 등 4대 개혁의 추진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서, 핵심 사업들이 연내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AIDT에 이어 의대생 휴학 승인까지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던 것과는 사뭇다르다.
진보 교육계와 야당을 중심으로 AIDT에 대한 반대가 쏟아져도 교육부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수업한 결과 학생들의 학습역량이 향상됐다고 반박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7일 함께 차담회에서 학부모들이 디지털 기기 중독이나 과몰입을 우려하자 “가보지 않는 길에 걱정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선도학교 운영결과 패드를 사용한다해도 디지털 중독을 일어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러던 교육부가 불과 보름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2025년은 교육부 계획대로 가지만 2026년부터는 과목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속도조절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AIDT에 대한 개선과 보완이 우선이라며 과목수 조정을 제안해와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부 입장을 바꾸는 모양새를 취했다. AIDT개발에 나섰던 발행사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교육부 계획만 믿고 2026년을 대비, 직원뽑고 투자에 나섰는데 느닷없이 과목수를 조정한다는 말에 어처구니없어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며 부추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나몰라라 한다며 교육부를 원망했다.
의대생 휴학 승인도 AIDT 데자뷔 느낌이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방안을 수용했다. 내년도 복귀를 전제로 한 ‘조건부 휴학’만 승인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섰다. 그동안 ‘휴학 불가’에서 ‘조건부 승인’으로, 이번에 다시 ‘자율 승인’으로 백스텝을 거듭한 것. 서울의대가 휴학을 승인하자 대규모 감사반을 보내 으름장을 놓던것과 격세지감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가 교육부에 자율 승인을 요청하는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군색하다.
백스템 위기에 몰린 것이 또 있다. 대학이 정주형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이다. 내년에 전국 17개 시, 도로 확대되고 2조 2000억 원 재원이 지자체로 이양된다. 이 돈은 지자체를 통해 대학에 투자된다, 문제는 벌써부터 대학이 지자체에 예속되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돈 나오는 곳에 권력이 있다는 말처럼, 시도지자체장들의 위세에 대학 총장들이 기를 못 편다. 대학가에서는 총장을 도청 국장쯤으로 여기는 지자체장들이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한 지역 지자체장은 지역 총장들을 모아놓고 인사말만 하고 다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떠버린 경우도 있다. 게다가 2조 원 가운데 1조 2000억 원은 대학에 지원하던 5개 대형 사업에 지원되던 예산이고, 3000억 원은 기존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조정 및 이관된 예산이다. 또한 3000억 원은 기존 8개 사업 예산으로 2026년에야 라이즈에 통합되는 금액이라는 것. 여기에 의대교육, 늘봄교실 등 사업비를 빼고나면 실제 순증된 예산안 1000억원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어 앞날이 불투명하다.
오는 10일이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개혁사업들이 잇달아 후퇴하는 조짐을 보인다. 급조한 둑은 조그만 틈만 벌어져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충분한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고 문제가 생기면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패턴을 반복하다보니 자초한 결과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보통합, 늘봄학교, 교육특구 등 윤 정부 교육개혁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다. 이제 뒷감당은 누가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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