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몇 년전 한 광고의 문구가 생각난다. "젊음, 지킬 건 지킨다".
언제 들어도 정말 마음에 와 닿는다. 광고의 내용은 여자 친구의 아빠(예비 장인)와의 약속("다 좋은데 귀가 시간은 지켜야 되네")을 지키기 위해 데이트를 하다가도 제시간에 집에 도착하기 위해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헉헉 뛰어와서 초인종을 누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오래된 내용이기는 하나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는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소중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서이초 교사 순직 사고 1주기가 됐다. 올해 3월부터 시행 중인 '교권 보호 5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아동학대처벌법)으로 교권 침해 현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올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실시한 '전국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서 '교권 보호 5법 개정 후 근무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는 답변은 4.1%에 불과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교육 활동 보호의 경우에도 법이나 조례로 일정 부분 여건은 마련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교육주체가 함께 서로를 이해하고 상호간에 존중하며 지내는 과정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제정된 각 지역의 학생인권조례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주요 내용으로 체벌 금지,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 강제 금지, 두발과 복장 등 자기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 휴대전화 사용 금지 불가, 양심에 반하는 반성문과 서약 강요 금지,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이 규정돼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학부모인 중장년층이 학생 시절에 교사들에게 당했던 체벌과 인권 유린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 조례가 상당한 호응을 얻었고, 학생인권이 개선되기도 했다.
학생인권조례의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휴식권'과 '자유로울 권리'가 과도하게 적용됨으로써 교권이 침해를 받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교사가 수업 중 엎드려 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학생의 비행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언어폭력 및 아동학대로 고발당하거나, 학생과 학부모의 폭력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교권이 침해를 받는 사태에 이르면서 교사의 훈육은 물론이고 교육마저 위축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시도의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의 '권리'와 '자유'는 있으나 '책임'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보통 권리와 책임은 함께 공존할 때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간에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한 관계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에 책임에 관한 사항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 학생 인권을 예전 상태로 되돌리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환경과 여건을 마련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잘못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더라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서로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교육주체가 함께 하는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서로 간 균형적인 방안을 모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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