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다시 등장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수업거부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 총장들이 집단유급을 막기 위한 협의체 구성에 나섰다. 의대총장 협의체 구성을 처음 제안한 인물은 홍원화 경북대 총장. 의대생 수업 거부 사태 해결을 위해 각 대학 총장에게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총장은 "의대생 수업 거부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에서 총장들이 모이는 것“이라며 ”그들이 학교에 복귀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학들의 큰 책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의대생들이 수업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유급은 현실적 문제로 다가온다. 교육부는 7월 말 또는 8월 초에는 수업을 재개해야 유급을 막을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의 수업일수를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정하고 있어 이를 역산하면 7말 8초가 현실적 마지노선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학칙이 허용하는 결석일까지 계산하면 8월말까지 늦춰질 수는 있다. 복지부가 주도했던 의대 증원은 일단 고비를 넘겼다.
남은 과제는 의대생 복귀. 이제부터는 오롯이 교육부 책임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학생들과 대화조차 못하고 있다. 여러 차례 의대생들에게 만남을 요청하고 있지만 성과는 전무. 교육부 관계자는 “5개 의대 학생회에 대화를 요청했으나, 거절 의사를 회신하거나 답을 하지 않아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이런 가운데 총장들이 직접 학생들 유급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은 의문이다.
앞서 홍 총장은 지난 4월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을 즈음 늘어난 정원의 50~100% 범위에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신박한 제안으로 국면을 전환시켰다. 당시 홍 총장 주도로 모인 강원대, 경상국립대, 충남대, 충북대, 제주대 총장은 교육부에 건의문을 보내 “2025학년도 대입은 각 대학이 자체 여건을 고려해 증원된 의대 정원의 50~100%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6개 대학 총장들의 건의가 있은 다음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한다"며 총장들에게 화답했다. 이날 홍 총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학생들이 돌아와야 한다는 일념에서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대 증원 문제가 처음 불거질 때부터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3월 대구-경북 민생토론회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증원을 강력히 추진, 지역 인재 중심의 의과대학을 만들겠다고 말하자 “의대 110명 입학생을 140명 더 늘려 총 250명으로 교육부에 증원 신청을 하려 한다”고 대답해 화제가 됐다. 홍 총장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 윤 대통령은 “지역 거점 의대에 대한 정부의 재정 투자는 확실하게 할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의대 정원 확충을 해주면 된다”고 말하는 등 흡족해했다.
하지만 이 일 직후 홍 총장은 시련을 겪기도 했다. 윤 대통령에게 의대 증원을 요청한 이후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북대 교수회에서 총장 임기 단축안건까지 가결돼 사실상 불신임 되는 아픔을 겪었다. 의정갈등 고비마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물길을 틀어온 홍 총장이 의대생 복귀라는 난제에서도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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