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부시맨의 존재를 이 세상에 최초로 알린 작가이자 영국 찰스 왕세자의 멘토인 로렌스 반 데어 포스트는 “칼라하리 사막의 부시맨들은 두 명의 굶주린 자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레이트 헝거(great hunger)와 리틀 헝거(little hunger)다. 리틀 헝거는 배를 채울 음식을 원하지만 모든 배고픈 자들의 으뜸인 그레이트 헝거는 의미에 굶주려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을 깊고 극심한 고통에 빠뜨리는 것은 그들에게 의미 없는 인생을 맡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이창동 감독의 2018년 미스테리 영화 <버닝>에서 주인공 해미가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와서 위의 두 가지 종류의 굶주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일찍이 니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조건에서도 견딜 수 있다”라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뿐이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극한적인 생사의 갈림 속에서 삶의 의미를 생각함으로써 인간 존엄성을 지켜낸 승리의 체험이 아니었던가.
2005년, 애플의 창업자이자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 대학교의 졸업식장에서 축사로 “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말했다. 이는 “새로운 것에 배고파하며, 어리석을 정도로 도전하라!”는 의미였다. 그는 또한 “여러분의 삶은 한정되어 있으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면서 여러분의 삶을 낭비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애플이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를 회사의 핵심가치로 삼은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실천하고자 사람들의 혼을 빼놓을 만큼 훌륭한 제품을 만듦으로써 삶의 방식을 바꾸어 우주에 흔적을 남기는 것을 선호했고 그의 비전과 열정에 감동한 사람들은 그와 기꺼이 동참함으로써 모두가 ‘Great hunger’를 실천한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날 학교의 역할에 대하여 다시금 숙고하게 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알고자 하는 배고픔의 욕망을 제공하는가? 열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가꾸고 도전할 준비를 시키는가? 필자는 항상 학생들을 관찰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 대부분은 학교 교육이 그들에게 힘겨운 과정이라 말한다. 오늘날 우리 학교가 지나치게 한 방향만을 향해 직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누구나 아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를 풍자하고 비판이라도 하듯 드라마 ‘SKY 캐슬’은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현실에선 빈부 격차에 따른 교육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젠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대의 교육사다리 마저 붕괴되었다. 웃픈 현실의 풍자로 어머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재력이 아이를 성공으로 이끄는 결정체라 한다. 그러다 보니 이 조건을 충족하는 특정 구역들이 형성되었다. SKY를 내세운 대학의 서열화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사교육비는 이미 2019년에 21조 5천억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히 사교육 공화국이다. 왜 그럴까? 첫째, 우리의 공교육이 신뢰를 받지 못한다. 학교에서의 ‘진실의 순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둘째, 교육 가치가 왜곡되어 있다. 뿌리 깊은 교육열은 과거급제하여 입신양명하는 것이다. 고려, 조선 시대를 거쳐 현재는 명문대학 진학과 고시를 통한 출세만이 성공의 방정식이 되었고 이는 종교의 도그마처럼 의식화되었다.
학교 교육은 학생들이 재미있게 배우고 날마다 성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재미와 성장’은 우리 교육의 중심축이어야 한다. 3일 굶으면 누구나 담을 넘는다는 말처럼 배움이라는 배고픔을 해소하려는 갈망과 바람직한 인성을 갖추고 자신의 꿈과 적성을 키우는 우직한 도전이 저마다의 학교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배움의 의미는 만족스럽게 뒤따른다. 여기에서 교사는 솔선수범으로 이끌어야 하고, 국가는 제도적으로 안정화를 추구하여 백년대계의 교육을 설계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는 모든 것을 혁신하도록 재촉하고 있다. 우리 교육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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