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공부는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창의성은 엉덩이에서부터 나온다.’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들어왔지만 대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단지 공부는 머리가 좋아야하고 이는 타고나기 때문에 운명으로 돌리기 일쑤다.
그러나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는 저항아가 있어 강력한 엉덩이의 힘으로 자리를 지켜 성공한 사람도 많다. 특히 청소년 시절의 체력은 곧 그들의 운명을 가를 수 있기에 우리는 이를 교육적 차원에서 숙고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돌고 도는 이야기 중에는 우리를 감동시키는 경우가 많다. 일찍이 청소년 시절 야구 선수였지만 운동에 한계를 느낀 학생이 10년에 걸쳐 공부에 몰두하여 자신을 변호사로 운명을 바꾼 사례가 널리 회자되었다.
그는 그야말로 공부에는 까막눈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체력으로 이를 극복하여 검정고시, 법과대학 그리고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최종 국내의 유명한 로펌 김&장에 변호사로 입신하는 기적 같은 역사를 썼다.
이와 유사하게 각종 운동선수 출신이 유학길에 오르거나 국내에서 학문에 몰입해 학위를 취득하여 자신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한 사례는 많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역도 영웅 장미란 선수가 유학길에 오른다는 소식도 전해져 온다. 그녀도 머잖아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새롭게 쏘아 올리는 주인공으로 등극할 것이다. 왜냐면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체력이 우수한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점이다.
반대로 요즈음 우리 주변에는 체력 부족으로 인해 사회에 각종 문제를 유발하는 사람들이 많다. 타인을 비방하고 각종 헛소리를 일삼는 사람도 그 원인을 분석하면 결국 체력이 달려서 저항력이 약해져 까칠한 사람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오래 기다리지 못해 연인과의 사랑에 실패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앞두고 유서조차 남기지 못하는 경우도 결국은 기운이 없기 때문이다.
저질 체력은 집중력과 사고력의 저하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이는 모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체력이 좋아야 창의력과 도전적인 삶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뒷심이 부족하여 끈기가 없는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체력이 약해 공부에의 열정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부도 오래 유지할 체력이 없으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없다.
그래서 일찍이 맹자는 말했다. “무엇인가를 행하는 것은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우물을 아홉 길을 파도 샘에 이르지 않으면, 그것은 쓸모없는 우물이 된다(有爲者辟若掘井, 掘井九軔而不及泉, 猶爲棄井也).”
불행히도 지금까지는 두뇌의 중요성에 비해 체력의 중요성은 학교교육에서부터 저평가되어왔다. 지금도 고3이 되면 체육 시간을 학습으로 돌리는 관행이 있다. 또 한국 학생들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조금 자고, 가장 적게 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젊음은 유한하고, 육신은 퇴화하며, 체력은 한정된 자원이다.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고갈되면 결국 공부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왜 공부를 그만두는지 잘 모른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체력증진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은 운명이니 어쩔 수 없고 그 다음은 잘 먹어야 한다. 몽골 격언 중에 “고기는 인간에게 주고, 풀은 짐승에게 주어라”라는 말이 있다. 고기든 생선이든 양질의 단백질을 챙겨 먹어야 한다.
그리고는?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사고능력과 관련된 백질 부위 수축을 막아 두뇌를 건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다음은? 처칠이 말한 “에너지 절약이 관건이다. 앉을 수 있는데도 서 있어서는 안 된다. 누울 수 있는데도,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처럼 적절히 쉬어야 한다.
결국 공부에 있어 체력이 중요한 만큼 더 이상 학교에서 체육시간을 공부로 대체하거나 소홀히 하여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어리석음은 없어야 한다. 체력증진, 공부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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