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교육공학 되살려 열린 교육 실현하고파
교육공학박사 남 정 권
창의적 체험학습, 자기주도학습, 방과후학교 등 학생 중심의 교수방법이 각광받고 있는 요즘, ‘교육공학’이라는 영역은 우리에게 낯설기만 하다. 학교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없는 학문처럼 느껴지거나 혹은, 컴퓨터나 기계를 능숙하게 다뤄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공학’이라는 단어에 지레 겁먹은 우리의 오해는 아닐까. 남정권 교육공학박사는 이번에 새로 펴낸 「교육공학의 기초」를 통해 교육공학이 사실 교수설계와 교수방법,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 안에서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해 얼마나 필요한 학문인지 상기시켜주고 있다.
남정권 박사를 만나 교사들에게 외계인처럼만 느껴지는 교육공학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에 교육공학의 기초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공학’이라고 하면 낯설어하거나 어려워합니다.
-학교현장에서는 실제 교육공학을 접하면서도 교육공학이라는 용어나 분야가 생소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 일입니다. 학회에 참석하였는데 참가자가 거의 교수나 석 ․ 박사 학생들이었지요.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뛰어다니는 교사는 없었습니다.
교육공학은 교수설계와 교수방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역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동안 교육공학이란 분야가 매체만을 제작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다 보니 많이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교육공학의 개념에 대해서 설명해 주신다면?
-교육공학이란 미국 교육공학회 (AECT)에서 정의한 바와 같이 수업현장에서 이론이나 지식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설계하고 개발 및 활용, 관리, 평가하는 실천적 응용학문입니다.
교육공학에서는 단순히 제작된 기계나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매체를 활용하여 수업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때문에 그러한 장치나 기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교육적인 효과를 낼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교육과정에 대한 수업설계가 이루어지는 것이 교육공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공학의 공학을 Engineering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데, 실제는 Technology에 관한 학문으로서 교육학의 한 영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그 범주는 대단히 넓다고 볼 수 있지요. 최근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잘 가르치고 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그러한 교수설계를 비롯한 수업의 처방적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이 교육공학의 역할입니다. 한 마디로 교육공학은 창조적 사고와 학습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 학교나 기업교육에서 반드시 필요한 응용학문이지요.
그동안 쓰신 많은 저서들은 결국 ‘교육공학’으로 귀결됩니다. 이렇게 교육공학에 대한 책을 꾸준히 쓰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변화의 시대입니다. 급격한 속도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교육방법 또한 급격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종래의 학습방법과 매체의 사용은 풍부한 학습자원과 다양한 교수방법을 필요로 하는 시대 속에서 이제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시대 변화에 따른 대안으로서 교육공학은 어느 때보다 그 필요성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교육공학은 Engineering으로 잘못 인식되는 바람에 가까이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웠고 교육공학자들만의 소유물이 되어 버린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공학이 더 이상 지구를 떠난 외계인처럼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잊혀져가는 교육공학을 되살려 열린 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작은 노력이지요.
시대가 변한만큼 교육공학에도 변화가 있을 텐데요.
- 매체의 변화와 함께 정보화시대의 탄생으로 인해 사람들은 평생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가 지식을 공유하는 열린 교육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정보화시대의 교육공학은 교수자뿐만 아니라 학습자에게도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교육공학은 학교교육만이 아니라 기업교육과 원격교육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여 옮겨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의미의 교육 훈련 개념에서 벗어나 학습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학습 개념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신개념의 교육공학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구성주의적 접근 방식으로 발전되어 학습자 중심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요즘 떠오르는 자기주도 학습에도 교육공학을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교육공학의 기초」 외 많은 책을 쓰셨습니다. 집필하실 때의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요.
- 사실 ‘교육공학의 기초’라는 책은 이미 오래전에 이 세상에 소개되었답니다. 2000년 초에 대학에서 강의할 때 책 없이 강의를 했더니, 학생들이 교재를 만들어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강의했던 강의록을 바탕으로 모아둔 원고를 정리하여 쓰게 되었답니다. 10여 년 사이 너무 많은 매체와 교육방법의 변화로 인해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야만 하는 어려움도 있었기에 책이 나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답니다. 한 권의 책을 만든다는 것은 새로운 생명이 이 땅에 탄생하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탄생 뒤의 기쁨과 보람은 말로 다할 수 없기에 그동안 집필을 계속해오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희 딸이 중학교 다니고 있을 때 저에게 다가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책을 만드는 것과 같은 창조적인 것이라고 말해주었던 것이 책을 출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는데, 현재는 약 12권이 넘는 저서가 제 삶의 귀한 산물로 남아있답니다.
교사, 교육공학박사뿐 아니라 한국교총 홍보위원, 경기도 교총 부대변인 및 정책연구위원, 전국교육자료전 심사위원 등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교육계에서 발 넓게 활동하시면서 느끼는 점이 많으실 텐데, 선생님께서 보시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인지요?
- 교육은 교육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고 학벌의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교육은 무엇보다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좋은 대학 가기 위한 대입수능 점수 획득보다는 사람다운 사람, 사람 냄새가 나는 인간다운 사람을 길러 내야 하겠지요.
그렇다면 교육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 교육이 제대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교육의 본질은 유지하되,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함께 변화해 나가야 하겠지요. 그러나 제도적이나 시스템 측면에서 우리나라 교육계의 현실은 너무나 과거를 답습하고 있어 20세기의 교실에서 21세기의 학생들이 교육을 하고 있는 답답한 교육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말로만 교육혁신을 외칠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학생과 교사를 먼저 생각하는 서비스 정신이 살아있는 실천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면?
- 저도 한때는 교사의 꽃이라고 불리는 교장 승진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수석교사를 2년간 경험도 해보았답니다. 그러나 교장이나 교감이 되기보다는 윌리암 아서 워드(William Arthur Ward)의 지적대로 학생들에게 영혼과 감성을 불어넣는 무명용사와 같은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허울뿐인 한 명의 학교장보다는 무명용사처럼 다수의 제대로 된 교사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제가 교사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에는 언제든지 미련 없이 교직을 물러나 훌륭한 후배들에게 교직의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최근에 저는 학회지 논문발표와 같은 교육연구를 비롯하여 컨설팅과 특강을 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영역을 좀 더 넓혀서 중국의 교육학회와 함께 교류하면서 한․중 두 나라의 교육발전을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하고 새로운 교육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진정한 교육자가 되고 싶습니다.
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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