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새 대입제도를 따로 마련하겠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열린 교육감협의회에서는 ‘대입제도 개선연구단’을 구성하고 새로운 대입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연구단은 각 교육청이 추천한 현장 교사들로 꾸려지고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직접 이끈다.
교육감협의회가 독자적인 대입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를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된다. 공론화라고 하는 거창한 절차를 거쳐 교육부가 내놓은 입시제도 개편방안이 결국 수능위주의 정시 확대 외에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감협의회 지적대로 내신과 학생부 종합전형이 불공정하다는 일부 우려 때문에 정시확대라는 낡은 제도로 되돌아갔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학교를 다시 20세기식 문제풀이 주입식 교육으로 퇴행시키려 한다는 비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감협의회가 대입제도를 따로 만들겠다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교육부가 나름대로 각계의 의견을 수집하고 최대공약수를 수립하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더 참신한 방안이 나오지 않은 것은 대학입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수준 때문이다.
특히 대학입시를 비롯한 각종 채용시험에서 첫째 덕목으로 꼽히는 공정성을 중시한 결과라고 하겠다. 그런 공정성 요구에 부응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역시 수능시험을 중심으로 한 정시전형이었던 것이다. 교육부가 굳이 공론화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친 것도 우리 사회의 기대수준을 재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교육감협의회가 대안을 마련하는 데 따르는 또 하나의 위험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가능성이다. 대학입시가 오는 2022년까지 해마다 다르기 때문에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재학생에 이르기까지 이미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이번에 교육부가 2022학년도 입시제도를 제시함으로써 혼선이 잦아드는 모양새이다. 그런데 교육감협의회가 새로이 대안을 내놓는다는 것은 아물어가는 상처를 다시 곪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학생들에게 차마 할 짓이 아니다.
교육감들로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름대로의 의견을 표명하는 방법과 시기는 적절해야 한다.
교육부 방안의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다른 대안을 내놓겠다는 자세가 현명한지는 아무래도 의문이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공연히 혼란만 부추길 가능성을 충분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