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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11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 수능시험 체제를 비롯해 수능과 학종이 균형, 논술전형과 특기자 전형의 축소 또는 폐지 등 갖가지 대책이 망라돼 있다. 나름대로 입시정책을 전반적으로 고민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도 교육부는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 무책임한 자세를 노출했다. 국가교육회의에 최종판단을 미루고 뒤로 빠진 것이다. 이를테면 객관적 시험을 통한 수능전형과 고교학습 경험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 간에 적정한 비율을 모색해 달라고 국가교육회의에 요구했다. 학종전형 확대를 경계하고 수능전형 비중을 높이겠다는 속마음을 숨기고 최종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의도인 것 같다.

이를테면 수능전형을 늘릴 경우 고등학교 수업이 수능 중심으로 획일화될 우려가 크다는 반론이 지금 교육계에서 분출하고 있다. 창조적인 지식을 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능이라는 획일적인 전형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그래서 교육부도 최근까지 수능시험 대신 수시 학종전형에 대한 비판을 애써 무시해 왔다. 학종전형의 방향은 맞고 학생부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입장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 최종결정을 국가교육회의라는 기구에 떠넘긴 것이다.

게다가 이번 개편은 시대흐름을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가 수능시험 평가방법 3가지 안에 포함된 수능 원점수제가 그런 경우이다. 사실상 과거 학력고사제로 돌아가자는 것 아닌가.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교육부가 많은 현안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겼다는 사실이다. 교육부가 이번에 내놓은 여러 가지 선택지들을 조합하면 무려 100가지가 넘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소 과장이 있는 듯하지만, 복잡한 사안의 결정책임을 회피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럴 바에야 왜 그토록 많은 시간과 인력을 들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시간과 인력 낭비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교육부가 당연히 맡아야 할 책무도 스스로 방기한 것 아닌지 묻고 싶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교육부 폐지론이 무성하게 제기된 바 있다. 폐지론은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인 것은 사실이다. 교육부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계속하다가는 폐지론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