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한민국에서는 외고와 사립형사립고 광풍이 불었었다. 외고나 자사고를 들어가기 위해 중학생부터 토플시험 공부를 하는 등 어려운 학습에 매달렸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준비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를 위한 사교육비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최근 조사결과에서도 심지어 월 100만원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외고와 자사고 열풍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한참 발랄하게 자라야 할 10대 초반의 청소년들을 너무도 일찍 과외지옥 속으로 몰아넣는다는 문제점도 크다. 중학생과 가족 모두에게 큰 시련의 시기이다.
교육부가 이달초 발표한 자사고와 외고 우선선발권 폐지 방침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도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소 우회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표는 분명해 보인다. 외고와 자사고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5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부분의 후보들이 공약한 일이기도 하다. 창의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제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실 과거 우리나라의 명문고 체제를 1970년대에 해체했다가 1990년대에 되살린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다. 지금 와서 그때의 잘잘못을 되새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교육방식과 새로운 교육철학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정부가 외고와 자사고의 힘을 빼기로 했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전체적인 공교육 수준을 높이는 데 더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고의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일반고 학생들이 외고나 자사고 못지 않게 학교와 교사의 도움을 충분히 받고, 각자의 재능과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와 교육청은 물론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수준의 하향평준화 등의 논란이 일어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교육부는 앞으로 고교 학점제, 학생 맞춤형 진로교육, 일반고의 교실수업 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서 외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등 고등학교 교육체제의 개편까지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체제가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 쉽게 단정하기는 물론 어렵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를 계기로 일반고의 여건과 실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도록 후속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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