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업에 관여한 교육부 공무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알선 학교 교장으로 발령 났다가 지역교육청의 항의로 철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공무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실 산하 역사교육지원팀에서 역사교과서 발행 체제 개선과 교과서 개발 지원 등 국정화 업무를 담당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에 이어 대통령선거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자 이들의 처지가 불우해진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교과서 편찬사업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추진된 것이다. 야당과 역사교육계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진행됐다. 전직 이준식 교육부장관도 퇴임하면서 국정교과서 사업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따라서 정권이 바뀐 후 중단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근혜정부는 이런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면서 교육부 관료를 동원했다. 직업공무원으로서는 스스로 거부하고 옷을 벗기 전에는 이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정권이 바뀌고 해당 정책이 폐기됐다고 해서 동원됐던 공무원들의 설 자리까지 빼앗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 의문이다.
국정교과서 편찬을 추진할 당시 정부가 이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사들을 징계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비교육적으로 대응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 김상곤 장관 이름으로 법원과 검찰에 선처를 요청하고 시국선언 참여교사들에 대한 징계도 시도별로 사실상 중지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교사들에 대한 이런 부당한 처우는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이들 국정교과서 반대교사의 인권을 소중히 하는 것과 함께 본의 아니게 국정역사교과서 편찬 사업에 동원됐던 일부 공무원들까지 지금 과도하게 몰아세우는 것도 자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로운 임지로 발령내는 것조차 막는 것은 이성적인 대응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해당 공무원들에게 지금 교육정책의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직급에 어울리는 일을 새로이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 해당 공무원들이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 교육 발전을 위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럼으로써 직업공무원의 지위와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유익한 일이다. 그러므로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공무원들도 새로운 자리로 옮겨갈 수 있도록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배려해 주는 것이 더욱 성숙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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