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시끄럽던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일단락됐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2017년에서 3년동안 한시적으로 특별회계를 편성하는 방식으로 시도의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가 100%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교육청에 일방적으로 떠넘겨 오던 문제도 일단 정리된 셈이다.
이번 예산안의 핵심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일반회계 전입금을 세입으로 하는 3년 한시 특별회계를 설치하는 것이다. 또 누리과정 전체 비율의 78%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나머지 22%인 8600억원은 일반회계 전입을 통해 마련된다. 시도교육감협의가 지적한 대로 그동안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편성과 집행을 일방적으로 압박해 온 것을 국회가 사후적으로 ·합법화시켜준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또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완전 정리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리과정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합했다는 인상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로써 유아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고 맡아준다는 원칙이 이번에 분명히 확립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누리과정 예산지원은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깊은 검토도 없이 선거공약으로 제시돼 조급하게 시작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재원분담을 둘러싼 마찰이 끊임없이 빚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렇듯 시작이 비록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유아교육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은 이제 확고해졌다. 이제는 그 누구도 돌이킬 수 없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철칙이 된 것이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이 출산을 기피하고 인구감소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에 이같은 지원은 필요불가결하다. 이런 지원마저 없다면 아이를 낳아서 키우겠다는 의욕은 더욱 약해지고 출산기피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출산장려 차원에서 정부의 누리과정 지원은 최소한의 필요를 채우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대책이 제시되고 시행돼야 한다. 소요예산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어느쪽이 더 부담해야 하는지는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정부와 시도교육청 및 시도의회 등이 논의해서 해결하면 된다. 향후 보다 진지한 논의를 통해 자녀 키우는 과정에 짊어져야 할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줘야 한다. 그리고 다른 교육예산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 보완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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