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은 마지막 결실을 거두는 시기를 맞이했다. 내년초 졸업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선택만 남겨 놓고 있다. 수시나 정시모집 등을 거쳐 진학할 대학을 결정하거나 어쩔 수 없이 재수하려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직업세계에 들어서는 학생도 있다. 어떤 길이든 그 가치에는 차이가 없다. 모두 저마다 타고난 재능과 성향에 따라 자신의 길을 가게 된다는 점에서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영국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은 “인생은 밤새워 먼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인간의 일생에 대해 참으로 적확하게 표현한 명언이다. 그런 견지에서 볼 때 이번에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들은 먼 밤길에 들어서려는 찰나에 있다. 지금까지는 청소년으로서 부모와 함께 주어진 과정을 밟아왔다면, 이제부터는 그 밤길을 스스로의 발걸음으로 걸어가야 한다. 그 길을 가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따사롭고운 쾌청한 날도 있을 것이요, 반면에 먹구름 가득하고 비바람 몰아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한결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졸업까지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 분명해진다. 두 가지가 있을 듯하다. 첫째는 졸업을 앞두고 몸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휴식하면서 앞날을 대비하는 일이다. 대학을 진학하든 직업세계에 들어가든 새로운 과제를 무난히 해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둘째는 정든 학교를 떠나기 전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우정을 다지고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정을 두텁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두터워진 정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 기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학교에서도 수능시험을 끝낸 수험생들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 등을 열거나 함께 좋은 공연이나 전시회 등을 관람할 수도 있다. 정든 교정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정신적인 자양분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들이 그동안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 교사가 인생의 선배로서 미지의 길에 들어서는 제자들에게 지나온 경험을 전해주고 마음의 힘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학생과 학교 모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준비에 힘쓰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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