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 의혹’ 학교 무조건 감사…교장도 처벌” 지난 3월 15일자 모 일간지에 실린 기사 카피이다. 굵은 고딕체 글씨로 뽑아진 기사의 제목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자세한 내용을 읽기보단 제목만 보고 지나간다고 할 때 이 기사가 주는 선정성은 대단한 것이다. 촌지 의혹만 있어도 학교를 무조건 감사하고 학교장이 몰랐어도 처벌한다는 경고성 기사이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 교장이 된 것이 큰 죄인 것 같았다.
서울시교육청의 ‘2016 불법찬조금 및 촌지근절대책’은 권한은 없고 책임과 의무만 주어진 교장을 대하는 기본적인 인식이 불편하기만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 대부분의 학교에서 촌지라는 단어는 사라진지 오래됐고 교사들도 학부모들이 학교에 온다면 부담부터 가지는 것이 사실이다. 혹시라도 무엇을 들고 온다면 어떻게 거절할까 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청렴도 향상을 위해서인지 자꾸 학교에 촌지 수수 강력 처벌과 불법찬조금 금지 등에 대해 학교관리자가 모금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엄중히 처벌한다고 발표하였다. 도대체 교장이 무슨 큰 권한을 가졌다고 툭하면 처벌 운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러한 위협적 기사에 괜히 움츠러들고 죄인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일일까? 아마 대다수의 교장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현재 교장의 권한은 결재권자로서의 책임을 지는 것이고 인사권 등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해마다 학년말이 되면 부장교사를 기피하는 학교 풍토 속에서 선생님들을 붙잡고 올해만 맡아달라고 사정사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예산 집행도 신학기 시작 전에 부서별로 결정된 예산에 따라 집행이 되는 것이다. 교장은 정해진 예산에 대한 집행만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즘의 교장들은 권한이 없는 그야말로 학교의 대표이자 얼굴 마담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일부 교사운동 단체들은 촌지가 근절되지 않는 것을 학교의 비민주적 구조 탓이라고 치부하고 학교현장을 민주적인 방향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잊을만하면 쏟아지는 촌지와 교사들의 체벌, 성적인 일탈 등의 선정적인 기사들로 인해 학교 현장은 괜히 움츠러들고 자존심도 상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같은 단어는 하도 들어 또 발표하는구나 하는 정도로 식상하기까지 하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교육하는 곳이자 우리나라의 장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교육하는 곳이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가급적 내보내지 않아야 한다. 어느 한 사람의 이상한 일탈행동이나 금품수수를 마치 전체 학교와 교사가 행하는 것처럼 매도해서는 안된다. 학교와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든 것은 교육의 힘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 학교를 죄인 취급하듯이 기사를 내보내거나 불법금품수수 등으로 선정적인 보도가 이어진다면 그것은 우리나라의 학교교육력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교장과 교사들이 학생 지도에 열정을 쏟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학교가 자긍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군사부일체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우리의 교사 존경 풍토는 바라지 않더라도 교사가 됐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생활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교장은 교사들의 교육력을 제고시키고 학생교육에 책임을 져야 하는 최고책임자다. 교장의 권위가 추락하면 학교교육력이 약화되고 결국에는 국가의 경쟁력도 약화시키는 길일 것이다.
평생을 학교에 재직하면서 교장의 직위에 오른 그 노력과 정성을 가볍게 여기는 정책이나 행동들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교장은 전지전능한 사람만이 올라가는 자리가 아니지만 적어도 그 분야에서 최고의 노력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교장에게 학교 경영에 대한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할 때 학교가 살고 공교육이 되살아날 것이다.
<사외(社外)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gif)
.jpg)
.jpg){kind=small}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