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동에 있는 직업학교 고3 아이들의 취업이야기입니다. 인문계 고등학교 아이들과는 다른 진로를 선택한 아이들입니다. 보통의 인문계 학생들이 수시, 정시 입시를 치르는 동안 이 아이들은 12월초에 첫 직장에 출근을 합니다.
학교에서는 11월부터 직장 매너, 해야 할 일, 근로 조건 등을 사전에 교육합니다. 12월부터는 취업이 정해진 학생들과 마지막 격려의 시간을 갖습니다. 단정한 교복차림에 약간 긴장감에 굳어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마치 아들 군대 보내듯 걱정도 되고 아쉽기도 합니다.
학교에 미용, 한‧양식, 사진 등 14개 과가 있어 아이들은 다양한 곳에 취업을 합니다. 새 출발을 앞둔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사람과 원숭이의 유전자가 거의 똑같다고 한다. 2%정도 차이가 나는데 그것을 시간으로 비교해 보면 하루에 20분 정도이다. 그래서 하루에 20분 정도를 꾸준히 자신에게 투자하면 동물처럼 살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취업 후 3년이 지나면 진학할 수 있는 선 취업 후 진학 제도도 알려주고, 나중에라도 현장의 경험을 살려 하고 싶은 공부를 꼭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과 관계에서 올라오는 감정적인 부분은 꼭 한번정도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관을 가지면 직장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감정 낭비를 하지 않게 된다.’ 는 제 삶의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취업현장에서 근무 중인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현장에 가기 전 지난 4월 초 아이들이 작성했던 비전 맵을 살펴봤습니다. 한‧양식과의 상주는 세계지도에 여행 하듯 우리나라에서부터 시작하여 은퇴 후까지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적었습니다. 한국에서 요리사의 첫 걸음을 시작으로 대학 진학, 해외 유학, 군대, 중식‧한식 자격증 따기, 안 좋은 기억 떨쳐내기, 스페인‧이탈리아 요리 배우기, 미국에서 더 많은 것 배우기, 결혼하고 제자 키우기, 집 구하기, 은퇴해서 시골로 내려가기, 시골로 내려가서 큰 레스토랑과 큰 빵집하기, 부모님께 효도하기, 친구들 자주 만나기, 다시 한 번 해외 여행하기 등의 꿈들이 가득했습니다.
미용과의 정숙이는 2006년 당시 미용에 관심이 많았으나 주변 어른들은 수능과 대학에 집중할 뿐 자신의 얘길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인문계 공부를 했었습니다. 고 2때,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후회했지만 그때는 이미 선택을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직업학교 추가 모집 공고를 보게 되어서 바로 신청을 하고 합격이 되어 미용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자신의 인생사를 상세히 써 놓았습니다. 그리고 30-40대에 멋진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습니다.
먼저 여의도의 큰 일식집에 취업한 상주를 만났습니다. 초밥을 만들고 있는 상주는 “선배들이 잘 보살 펴 주고, 부모님도 좋아 하신다”고 했습니다.
역삼동 미용실에 취업한 정숙이는 몰라 볼 정도로 외모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요즘 손님 머리 샴푸하는 것부터 배운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왕십리에서 디저트 공장사장님은 고졸 취업 성공 가능성에 대해 “제과제빵을 좋아하는 아이가 현장에서 빵을 만들다가 궁금한 것이 생기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을 가게 되면 그 아이는 반드시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성장을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고졸 취업 현장을 돌아보면서 학교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더 많은 궁금한 것들을 마음껏 생각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혹시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공부 이외 다른 곳에 관심이 있는 아이라면 직업학교를 추천합니다. 서울에 5개교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말에 선발을 합니다. 다양한 과가 개설되어 있으며, 입학준비는 봉사활동 40시간 채우기, 결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2~3과목에 충실하면 대부분 학과에 합격할 수 있습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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