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가 꿈인 중3 여학생 지혜를 만났습니다. 먼저 지혜와 동전을 손바닥에 감추고 찾는 ‘동전업다운’ 활동을 했습니다. 손바닥의 동전을 보자 치아가 보일 정도로 크게 웃음을 지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었습니다. 만화 그리기를 좋아한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만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만화를 그리게 됐으며 요즘 도둑에 관한 새로운 내용의 만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기분을 물으니 “착잡하다”고 했습니다. 놀림을 받을 때, 그리고 아빠와 대화할 때 그런 느낌을 자주 받는다고 했습니다. 착잡해하는 지혜와 자신의 감정 수용 심리 상담을 했습니다.
먼저 있는 그대로 착잡한 감정을 문장으로 써보게 했습니다. “나는 비록 놀림을 받았을 때, 아빠와 대화할 때,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착잡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합니다”라는 문장을 쓰게 했습니다. 그러고 난 후 눈을 감고 호흡을 세 번 천천히 들여 마시고 내쉰 다음 반복해서 여러 번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느낌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지혜는 “이렇게 계속해서 착잡하게 살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우울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지혜와 함께 힘들어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위로의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이 우울할 거야. 앞으로 힘든 일이 더 많아질 거고, 자괴감도 많이 들고, ‘내 인생은 왜 이런가’ 하고 생각하게 될 거야. 그럼에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무리 괴로워도 죽는 것보다 괴로운 일은 없다고 생각해. 얽매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
다시 기분을 물어보니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에게 너무 신경 쓰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자신감이 없었으며, 자신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놀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없었다며 앞으로는 자신을 좀 더 가꾸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지혜가 살면서 가장 도움을 받은 사람은 엄마라고 합니다. 낳아 주시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어 고맙다고 했습니다.
지혜의 꿈은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글을 쓰면서 삽화 또는 자기 그림으로 돼 있는 책을 쓰는 것입니다. 이 꿈을 이루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돈’과 ‘확신’인데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은 일단 알바를 해서라도 극복하고, 확신은 ‘세상일은 본래 확실히 정해져 있는 게 없다’는 생각으로 극복하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지혜는 “재미있고 유익했으며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상담을 마쳤습니다.
지혜와 상담을 마치고 나서 오늘 이야기한 내용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자신을 아끼는 것이 중요하며, 죽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아끼는 것, 못해 낼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의미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혜는 자기 스스로를 한없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어릴 적에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뭔지 모를 생존에 대한 불안감, 버림받았다는 느낌 등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는 자기 비하로 자리 잡았을 것입니다. 이런 박탈된 느낌이 반복돼 고착되면 부정적 감정이 끊임없이 거미줄처럼 퍼지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초라하게 생각하는 지혜가 힘차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는 다르게 보기로 결심했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등의 긍정적인 문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다르게 보기로 결정했다”는 지혜에게 그런 결정을 누가 하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자신이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런 의식적인 연습은 지금의 착잡한 생각들이 어린 시절 형성된 착각임을 알게 하며, 알 수 없는 무력감의 고리에서 빠져 나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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