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 상담 신청을 받아 상담을 하다보면 주로 진로와 취업 관련 상담이 많습니다. 경환이도 진로에 대해서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파란 청바지가 꽉 끼는 큰 허벅지, 안경 쓴 서글서글한 얼굴, 성실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커피를 좋아하는 경환이와 진학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경환이에게 해결하고 싶거나 원하는 것에 대해 물으니 ‘가난,’ ‘취업,’ ‘성격’을 자그맣게 썼습니다. 먼저 가난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화살표로 밑으로 그은 다음 느낌을 쓰라고 했습니다. 가난은 삶에 지장이 많고 사람을 미치게 한다고 했습니다. 느낌을 물으니 ‘분노,’ ‘슬픔,’ ‘힘듦’이라고 답했습니다. 그 느낌에 관련된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께서 생전 아버지가 우리를 위해 고생하신 이야기를 듣는데 화가 났고 나라에서 지원 받고 있는 돈이 너무 적으며 일도 못하게 막아서 힘이 든답니다.
경환이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기 위한 작업을 했습니다. “나는 비록 가난 때문에 불안하고, 슬프고, 원망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합니다”라고 쓰고, 눈을 감고 반복해서 여러 번 읽었습니다. 느낌을 물어보니 머리를 맞은 것처럼 어지러웠다고 하면서 왠지 모르게 몸도 떨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를 사랑하는 것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취업에 대해서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길과 수단’이라고 합니다. 느낌으로는 ‘기쁨과 쾌락’이라고 했습니다. ‘기쁨과 쾌락’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살면서 기쁘고 좋았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 1때 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인정받아서 승진도 하고 통장에 돈이 들어 왔을 때 기쁨과 안도감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 기쁨이 신체 어느 부분에서 가장 먼저 알았는지 약간 어려운 질문을 했는데 경환이는 가슴 부분이 두근거렸으며, 행동으로는 손으로 돈을 만졌을 때 좋으면서 당황스러웠다고 했습니다.
분노와 기쁨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선택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당연히 기쁨이 좋다고 했습니다. 기쁨은 누가 느끼고 만드는 것인지 물으니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보는 세상은 내가 만든다’는 문장을 만들어 여러 번 읽었습니다. 기쁨이 있는 나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으로는 직접 배우고 싶은 것을 배워서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걷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한 번 ‘내가 보는 세상은 내가 만든다’를 여러 번 같이 읽었습니다.
세 번째 경환이가 해결하고 싶은 것은 성격입니다. 다혈질이라 원치 않는 말싸움을 자주 하지만 그럴 때마다 후회를 한답니다. 해결책을 물어 보니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지금 내가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을 해 최대한 충돌을 피하고 화낼만한 일인지 생각해 보겠답니다.
경환이는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 매일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꿈을 이루는데 가장 큰 장애물인 잠을 줄이기 위해 집에 가면 두꺼운 옷을 입어 이불속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하였습니다. 상담 소감으로 확실히 훈자 삭히는 것 보다 이렇게 애기를 나누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교육학자인 콜멘은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차리게 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의지가 형성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향감각이 생긴다고 합니다. 오늘 경환이가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각을 인지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괴롭고 힘이 든다면, 주변을 무심히 한 번 본 다음, 눈을 감고 내면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다시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을 다르게 보는 방법이 있다고’를 반복해서 말하면서 연습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힘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입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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