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이 밝고 키도 크며 모델을 해도 좋을 만큼 예쁜 데다 말도 야무지게 하는 미현이가 교장실을 찾아왔습니다. 성격을 바꾸고, 성형도 하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미현이와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성격은 감정 낭비가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성형을 하면 자신감이 생길 것 같으며, 돈을 벌어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 평생 행복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가진 행복의 기준이 궁금해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현이가 생각하는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엄마가 핸드폰을 사줬을 때였습니다. 중학교 때 친한 친구와 싸웠다가 화해했을 때도 행복했다고 했습니다. 그뿐이었습니다.
그런 미현이에게 “선생님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이뤘을 때 행복했다”고 말 해주었습니다. 글 쓰는 일에 콤플렉스가 있어 고생했고 소설과 신문을 필사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으며, 이후 교보문고에서 내 책을 봤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고 얘기해 줬습니다.
미현이에게 행복의 반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이런 질문은 행복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불행이라고 했습니다. 미현이와 불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잘되고 싶은 사람이랑 연락이 끊어졌을 때 불행하다고 하면서 전에 사귀던 남자 친구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놀려고 하는데 만날 사람이 없을 때 불행하다고 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질 때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면서 서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착하게 살고, 행동이 바르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살이 찌지 않고, 엄마·아빠에게 미안한 짓 하지 말기. 후회 없이 살고, 돈을 많이 벌자.’
지금의 나에게 하고 싶은 미현이의 생각입니다.
미현이의 꿈은 헤어디자이너입니다. 꿈을 이루면 행복할 것 같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고 가장 문제가 되는 게으른 것을 고치겠다고 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정했습니다. 수업을 집중해서 듣고, 그래서 ‘잘했어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상담을 마치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좋았다”는 소감과 “오늘 약속한 것들을 잘 지키겠다”는 다짐을 들었습니다.
요즘 미현이는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친했던 친구들과 실습하는 과정에서 미묘한 감정싸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일이 자기 성격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도 들고, 친구들에게 서운한 감정도 있었던 듯합니다.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약점으로 생각하고 습관적으로 방어하게 되면 불행한 관계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의 검열관이 ‘내 성격이 문제야’ ‘나는 정말 하는 일마다 안 돼’ 등을 말할 때 ‘너는 여전히 좋은 친구야 ’ ‘오늘 저녁에 영화 보러 갈래’ 하면서 함께 있어 줄 친절한 친구 역할이 필요합니다.
평소 나를 편안하게 대해 주는 친구와 반대로 해로운 친구 목록을 작성해 놓고, 힘들 때 힘이 되는 친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면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으로부터 벗어나 행복 정거장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해로운 친구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방법은 친구 목록이 비밀로 유지돼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우리 반 아이가 친구 때문에 힘들어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는 친절한 친구가 돼 보시기 바랍니다. “네가 고민하는 것에 대해 한 번 써보는 것은 어떠니? 네 생각이 궁금하다” “그래, 네가 말한 이 부분이 참 좋구나. 좀 더 이야기 해줄 수 있겠니” 등의 이런 질문들은 아이들이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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