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급한 상담요청이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아이 학교 보내는 것이 너무 힘이 든다고 합니다. 등교 거부를 하는 고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입니다.
교장실을 찾아와 밝게 인사하는 민웅이에게 지금 기분을 물어보니 곧바로 ‘쓸쓸하다’며 정색했습니다. 겉모습과 사뭇 다른 대답에 당황했습니다. 어색한 상태에서 팔씨름을 했지만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었습니다. 바로 동전을 손바닥에 숨기면서 찾는 동전 놀이 활동을 했음에도 민웅이의 표정은 더 굳어졌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민웅이에게 쓸쓸했던 기억에 대해 묻자 한참을 생각하더니 항상 쓸쓸했답니다. 필요할 때 부모님이 바쁘셔서 집에 혼자 있었고 내 표정은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마음은 아닐 때 쓸쓸하고 했습니다. 언제나 혼자여서 그런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표정과 마음이 왜 다른지 물었더니 뭔가를 감추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다시 무엇을 감추고 싶은지 물으니 내 성격이 무엇인지 잃어 버렸다고 합니다. 어릴 때 몸이 아팠으며, 한때 ‘왕따’를 당하여 슬프고 화내도 되는데 그런 감정을 들키기 싫어서 감정을 감추게 됐다고 했습니다. 민웅이는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마음속에 억압되어 있던 감정들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웅이와 과거의 그림자를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구분해 내는 감정 치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나는 비록 언제나 혼자 있어서 쓸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 속 깊이 사랑합니다.” 라고 문장을 완성한 다음 눈을 감고 여러 번 반복하여 읽었습니다. 눈을 뜨고 기분을 물으니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달라지고 싶어도 달라질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쓸쓸하다’의 반대말은 무어냐고 물으니 ‘화기애애’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평소 ‘화기애애’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물으니 가족들이랑 밥 먹으면서 웃을 때라며 작은 소리로 답했습니다. 곧바로 가장 힘들었던 기억에 대해 물으니 중학교 때 ‘왕따’를 당했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 안 좋은 추억, 상처가 된 기억, 매사 위선적인 관점, 과대망상, 나는 못났다. 위축된 자신감 등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민웅이의 꿈은 자신의 이야기로 책을 내 모두에게 인정받는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출판하고 사진도 찍는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로는 ‘생각 버리기’를 조언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에 갇혀 있으면 온전한 나를 못 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웅이는 중학교 때 당한 ‘왕따’ 라는 독약이 지금도 혈관을 타고 깊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착하기만 한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민웅이는 목소리를 잠시 사용하지 못한 것뿐입니다.
사람은 살면서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할 때도 목소리를 종종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그것은 내면의 목소리를 잠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언제든지 다시 접속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민웅이를 보면서 친구를 왕따 시키는 행동은 친구의 밥그릇에 독약을 넣은 것과 같은 범죄 행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생각이 자주 떠올라 마음을 괴롭힌다면 가능한 집착하지 말고 1분 정도 자신의 마음을 검색하고 일어나는 생각을 그저 바라만 봅니다. 그런 다음 생각하는 사람이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말해 봅니다. 나는 ○○○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좀 더 구체적으로 나는 무엇 때문에, 어떤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는지 말해 봅니다. 그런 다음 최종적으로 내 마음은 과거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을 합니다. 하루에 서너 번 정도 해 봅니다. 이 활동을 평소 실천 해 보았는데 과거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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