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민성이가 선생님이 준 벌이 부당하다고 메신저로 연락했습니다. 1시간 동안 손을 들고 서있었다고 합니다. 매점에 갔다가 수업에 조금 늦었는데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벌을 준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흥분을 했습니다. 긴 시간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 기분이 풀렸는지 다음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다음날 방과 후에 교장실에서 만났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다소 싸늘한 표정으로 어제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안 그냥 듣기만 했습니다. 약간 흥분하면서 어제의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체벌이나 심한 훈육을 하게 되면 아이들은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다른 아이 같으면 선생님에게 대들어 상황이 복잡해 질 수도 있는데, 신고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멈춘 민성이를 칭찬해 주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자신이 화를 다른 곳으로 풀 수 있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본인도 모르게 가정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과거로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살면서 가장 도움 받은 사람으로 삼촌을 꼽았습니다. 어릴 때 집이 맞벌이를 해서 돌봐줄 사람이 없었을 때, 삼촌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삼촌은 7살 때부터 초등학교 중반까지 자신을 돌봤으며 결혼 이후에는 그러지 못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좋은 경험과 꿈을 키워 주었다고 했습니다. 또 한 명은 중학교 친구였습니다. 중학교 시절 집에서의 억압과 여러 가지 압박에 못 이겨 반항과 이탈을 일삼을 때 자신을 붙잡아준 친구가 고맙다고 했습니다.
반대로 적이 되었던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민성이는 아빠가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다섯 살 때 처음 따귀를 맞은 것으로 시작해 그 이후로 지금 생각해 보아도 어이없을 정도의 일로 많이 맞았다고 했습니다. 일단 내가 하는 무슨 일이든 안 된다며 욕도 많이 먹었다고 했습니다.
분위기를 바꾸어 성공이 보장된다면 살고 싶은 가상의 삶을 물어 보았습니다. 공부 없는 세상, 다시 태어나지 않기, 최소한의 금수저 물고 살아보기 등을 말했습니다.
곧바로 편안하게 자신이 즐기는 일에 대해서 생각나는 대로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게임하기, 강아지와 산책하기, 노래 듣기, 친구들과 놀기, 뉴스 보기, 토론하기, 치킨 먹기, 혼자 걷기 등 30가지 이상을 적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언제 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게임은 어제 했고, 노래 듣기는 일주일 정도 되었으며, 개들이랑은 산책한지는 오래 되었다고 했습니다. 요즘 친구들과는 연락이 뜸한데 보고 싶다고도 하였습니다.
민성이에게 상담을 마치면서 기분을 물었습니다. 화가 다시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기분도 좋았다고 합니다. 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도 했습니다.
민성이의 심리적 불안전 요소의 원인은 아빠의 심한 폭행이었습니다. 폭력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억눌린 그림자가 되어 불행의 씨앗이 됩니다. 다행히 민성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기댈 수 있는 절친한 친구와 삼촌 덕분에 슬프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필수적인 것은 안정감과 변화입니다. 안정감을 회복하고 변화에 잘 적응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들은 언짢은 기분의 균형을 잡아 주기도 하고 상황을 잘 이해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여유 있게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살면서 가장 도움 받은 사람은 누구 인지, 가장 미운 사람은 또 누구이며, 가상의 삶을 산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써 봅니다. 그리고 하루에 부정적인 자신과의 대화에서 10분의 1만이라도 긍정을 선택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입니다. 새삼 행복이 이렇게 단순한 방법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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