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상담한 정규는 본인이 상담을 받고 싶다며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정규에게 “무슨 문제를 상담하면 좋겠니? 하고 물으니 미래가 걱정이 된다고 답했습니다. 정규와 간단한 손가락 싸움인 엄지 놀이를 마치고 바로 걱정에 대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에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 화살표를 밑으로 긋고 정규가 생각하는 걱정에 대해 말하면서 쓰도록 했습니다. 정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속에 있는 말들을 한참 동안 이야기했습니다.
정규는 '영어를 항상 못했다' '얼마 후 성인이 되는데 내가 어렸을 때 보기만 했던 성인, 어른이 되는 것이 좀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하루하루 그냥 보내고 즐거운 생각만 하던 중학생 때 그 기분을 더는 느끼지 못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우울해지지만 성인이 되어서 앞으로 재미있는 일도 많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력을 해도 안 된다면 그건 걱정이 아닌 고민이 되겠지만 아직은 걱정일 뿐이다' 등을 말했습니다.
정규에게 무슨 생각이 드는지 물으니 진지한 표정으로 그래도 걱정이 된다고 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걱정이 되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묻자 ‘부모님 이혼’과 ‘진학’ 문제를 꼽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정 문제가 항상 마음에 남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편한 걱정에 대한 감정 조절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먼저 ‘나는 비록 부모님이 이혼으로 인해 걱정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 속 깊이 사랑합니다’ 라고 문장을 만든 뒤 눈을 감고 여러 번 반복해 읽었습니다. 그런 다음 느낌을 수치로 표현하게 했습니다. “0은 평화로운 것이고, 10이 가장 높은 수치” 라고 알려주고 어느 정도인지 물었습니다. 정규는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말했습니다.
정규는 어린 시절 부모임의 이혼을 모른 상태로 시골에서 할머니와 살았다고 합니다.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처음에 잘 몰라서 충격이 없었으며 크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해가 지날수록 ‘내가 다른 가정하고는 다르구나, 조금 불행하구나’ 등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정규는 “사실 충분히 방황도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며 “어른들의 기대에 맞게 공부 열심히 하고 나름대로 노력을 하면서 힘든 시기를 억누르며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화제를 돌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위로와 희망의 편지를 쓰게 했습니다. 8살인 정규가 지금의 정규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게 했습니다. ‘잘 이겨냈고 너 자신이 내 미래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왜냐하면 네가 내 미래의 모습이고 잘 이겨냈다는 증거니까 말이다. 앞으로 있을 스무 살의 나와 스물아홉 살의 나에게도 지금 내가 했던 말을 똑같이 할 수 있게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적었습니다.
이어서 50살의 정규가 지금의 정규에게 보내는 글을 썼습니다. ‘정규야 지금 시기적으로 고민도 걱정거리도 많지만 노력한다면 시간들이 해결해 줄 것이다. 힘들었던 시간들을 꼭 행복한 시간으로 보상 받을 거다.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라고 했습니다.
정규는 힘든 것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묻고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없던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나이에 비해 좀 성숙해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상담을 마친 뒤 한참 동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어린 시절 철든 마음으로 살아온 아이 이야기는 마치 자기를 긍정하고, 자기 삶에 책임을 지며, 부정적인 것을 열등감 없이 받아들이는 삶이 자기 존중감이라는 정의한 심리학자 ‘나다니엘 브랜든’ 의 말을 듣는 듯 했습니다.
자존감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조용한 장소로 이동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자랑스러웠던 일 30가지를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목록을 만들다 보면 자의식이 강해지고 정말 소중한 것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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