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시간 재잘 거리며 교문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 참 평화롭습니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교문과 교실에는 상반되는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바로 지각생들 때문입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지각생들은 벌로 오리걸음도 하고 운동장을 돌고 나서 교실에 들어가게 했습니다. 사실 게을러서 늦는 것도 있지만 깨워주는 사람이 없어서 늦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학생 상현이가 매일 지각을 한다며 담임선생님이 상담을 의뢰했습니다. 요즘 10번 이상 지각을 해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걱정이 된다고 했습니다. 교무실을 찾은 상현이에게 취미를 물으니 노래 부르기와 기타 치기를 좋아 한다고 했습니다. 바로 기타를 잡아 김광석의 ’일어나’를 불러줬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가수 이야기를 한 다음 자리를 이동해 기분을 물었습니다.
오기 전에는 잦은 지각으로 혼나리라 걱정했는데, 지금은 음악으로 소통한 것 같아 불안함과 불편함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상현이에게 정말 해결하고 싶은 것을 쓰게 하니 ‘거짓말’과 ‘게으름’을 적었습니다. 각각 동그라미를 그리고 화살표를 밑으로 그은 뒤 느낌을 쓰게 했습니다. 상현이는 항상 ‘내가 나중에 커서 잘 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한답니다. 또 초등학교 때 남의 물건을 훔쳐서 들킬까봐, 학원에 가야 하는데 친구들과 놀러 갔을 때 걱정이 됐다고 했습니다. 게으른 부분은 그 순간은 편하지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적었습니다.
먼저 거짓말의 부담스러운 부분을 문장으로 표현해 보게 했습니다. 상현이에게 “나는 비록 거짓말해서 걱정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합니다.”를 쓰고 난 후에 자세한 생각을 쓰게 했습니다. 상현이는 ‘거짓말이 몸에 익어서 사회에 나가서 문제가 생길 것 같다’, ‘ 부모님께 학원 간다고 하고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놀고 집에 들어가도 죄책감이 하나도 없다’고 적으며 “계속 이렇게 살면 평생 당당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눈을 감고 상현이가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 읽고 난 뒤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상현이는 기타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기타 연습을 많이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상담을 마쳤습니다. 상담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잘 알게 됐으며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상담 중 지각에 대한 언급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상현이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선생님 죄송해요. 어제도 지각하고 오늘도 늦게 왔어요. 죄송합니다. 내일은 꼭 지각하지 않을게요’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목요일 아침에는 ‘선생님 저 지각 하지 않았어요’ 라고 문자가 왔습니다. 어떻게 일어났냐고 물으니 알람으로 하다가 엄마에게 깨워 달라고 부탁했다고 해 칭찬을 해줬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에 뱃사람들은 폭풍보다 ‘레모라’ 라는 괴어를 더 무서워했습니다. 레모라는 아무리 큰 배도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괴어와 같은 훼방꾼이 우리 마음속에도 있습니다. 바로 게으름입니다. 청소년시기에 이 괴물은 말로 하면 더욱 달라붙습니다. 그저 생각할 틈 없이 놀아 주고 기다리는 것이 괴물을 떼어내는 최고의 비법임을 이번 상담을 통해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성인들은 좀 더 치밀한 방법을 사용해야 게으름을 떨쳐낼 수 있습니다. 첫째, 자신이 게으르다는 것을 알고 인정을 해야 하며 둘째, 게으름으로 인해 생기는 죄책감, 불안, 걱정 등의 감정이 자신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작업을 병행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그 게으름이 자신의 행동을 지배 하지 못하도록 의식적으로 자기만의 방법을 정해 교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꾸준히 용기를 갖고 반복해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생각을 비울 수 있으며 동시에 더 깊은 자아와 연결되는 에너지를 만날 수 있게 합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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