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후 아이들이 뭔가 모르게 분주해 보입니다. 오늘 아침 교실을 돌아보다가 한 반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에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 슬쩍 물었더니 하나같이 진로 문제를 꼽았습니다. 그 중 한명이 적극적으로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짧은 머리에 통통해 보이는 기수는 웃음을 지으며 밝게 행동을 했습니다. 태도도 공손해서 칭찬을 많이 해주자 기분이 좋은지 고맙다고 합니다.
바로 팔씨름을 시작했습니다. 팔 힘이 강해 운동했는지 물었더니 중학교 때 권투를 했다고 했습니다. 몇 가지 활동을 하고 나서 교장실 오기 전과 후의 기분을 물었습니다. 기수는 “교장실에 놀러온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떨렸는데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밝고 재미있는 분위기다. 내 방처럼 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에 해결하고 싶거나 원하는 것이 있는지 묻자 학교에서 대학 홍보와 각종 대회 정보를 더 자주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각각의 문장에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화살표를 밑으로 그린 다음 느낌을 쓰게 했습니다. 대학을 잘 모르니 답답하고 더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데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해진다고 했습니다. 기수는 대학을 가는 것과 취업을 하는 것 중 무엇이 좋은지 고민 중이라고 했습니다.
화제를 돌려 ‘답답하다’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답답했던 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가고 싶은 학교를 가지 못한 점과 대학을 가고 싶은데 잘 아는 대학이 없고, 상담을 해주신 분이 마땅히 없었던 점을 말했습니다. 반대로 좋았던 기억으로는 아현산업정보학교에 합격했을 때와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를 들었습니다.
중3때 왜 가고 싶은 곳을 못 갔는지 물었더니 시험시간에 울린 핸드폰 알림 때문에 0점을 받았고 그 결과 성적이 안 돼 못 가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를 가지고 감정 치유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먼저 ‘나는 비록 중학교 때 알림이 울려 시험에서 0점을 받아 성적이 안 좋게 나와서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못 가게 돼 억울하고 답답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합니다’를 쓰고 눈을 감고 큰 소리로 다섯 번 반복해 읽었습니다. 눈을 감고 진지한 표정으로 따라 읽은 기수는 마음이 편해지고 자기 자신이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꿈을 물어보니 홍대 쪽에 교실 두 배만한 미용실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행복하고 신이 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상담을 마치면서 미래의 성공을 위해 오늘 할 일로 학업에 더 열중하고 특히 외국어 공부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기수는 자신에 대해 좀 더 만족할 수 있었고 평소 나를 잘 대해주던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유쾌한 시간을 가진 것이 머릿속에 남는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요즘 보건실 선생님이 머리 아프고 소화가 안 된다는 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걱정을 했습니다. 입시철에 접어들면서 고민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취업을 하자니 대학을 가고 싶고, 대학을 가려고 하니 성적이 모자라 공부 좀 할 걸 하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기수는 지금의 답답함이 중학교 때부터 연결된 것을 알자 놀라워했습니다. 이런 답답함이 반복되게 되면 은연중에 수치심이 됩니다. 수치심은 답답함 아래 숨어서 새로운 노력을 시도할 때마다 튀어 나옵니다. 답답함이 응고되지 않도록 자주 대화를 해줘야 합니다. 수치심을 극복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위로가 되는 좋은 문구를 녹음해 아침과 자기 전에 들어 봅니다. 그러면 불편했던 수치심으로 인한 상처가 나아짐을 느끼실 것입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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