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그때마다 저는 “아이보다 자신과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자신과의 대화는 자신의 감정 중 핵심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핵심감정은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느낌으로, 어린 시절에 정서적으로 중요한 인물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감정을 말합니다. 핵심감정은 어린 시절 이후의 대인관계에서 그대로 적용되며,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반복됩니다.
따라서 자신의 삶을 무의식적으로 지배하는 정서가 어떤 정서이며, 언제 누구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형성됐는지 자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을 움직이는 감정을 알면 자신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신과의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사람이 가진 분노·우울·회피 등 기본적인 감정 중에 특히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출하게 되면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이 참 힘들어집니다. 특히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부정적 말과 행동을 반복하면 아이들은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알아차리는 일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숨은 욕망을 보면서 내면의 부정적인 방해자로 작용하는 그림자를 치유하는 것은 그동안 숨어 있었던 내면의 갈등요소와 직면하는 것과 같습니다. 과거의 두려웠던 상황과 감정을 의도적으로 드러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자신의 불편했던, 즉 콤플렉스를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은 손가락을 자르는 것과 같은 강도로 마음이 아프다고 합니다. 따라서 반복적인 연습이 필수적입니다. 불편했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작업을 의도적으로 계속할 때 비로소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로부터 새로운 상처를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을 수 있게 됩니다.
사람들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어찌 보면 이유도 모르는 내면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표출되는 행동·감정·태도 등 강박적인 자동반사 장치처럼 나오는 것들 말입니다. 이런 무의식적인 말과 행동들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공부 때문에 힘들어한 지만이는 “나는 머리가 안 좋아서 공부를 못하는 건데 엄마가 강요해서 힘들다. 그럼에도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한다. 잘하고 싶어도 안 되는 것을 어떻게 하나”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런 다음 무언가 자기도 잘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부모님이 자주 싸운다는 민기는 “아빠·엄마가 자주 싸워서 밉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자녀인 나를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답답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을 알아차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마음이 편해졌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합니다. 마음이 편해지면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되고, 또한 미래에 대한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그것을 실천하는 실행력도 높아집니다.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부모님이 함께 자신의 핵심감정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작업을 하게 되면 부모님과의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수용된 핵심감정은 말 그대로 우리 인생의 중요한 핵심이며 부모가 줄 수 있는 핵심 선물이기도 합니다.
핵심감정을 알아차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5분 정도 명상을 하면서 떠올랐던 생각들을 메모하고, 주말에 2시간 정도 자기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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