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학교에서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과 전화 통화 중 고등학교 1학년 아들 상담을 부탁받았습니다. 학교생활도 엉망이고 자신과 이야기 한 적이 꽤 됐다고 합니다. 공부는 두 번째고 졸업이 걱정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언제든지 아이를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단, 아이에게 충분히 상담자에 대해 설명하고 스스로 상담을 선택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일주일 후 연락이 왔습니다. 상담실에 들어오는 상곤이는 단정해 보였지만 표정은 다소 굳어보였습니다. 어색함을 풀기 위해 노래 이야기를 하면서 기타를 들고 직접 노래를 불러 줬습니다. 김광석을 좋아 한다고 해서 <일어나>와 <이등병의 편지>를 연달아 불러 주었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밝은 표정으로 박수를 쳐줬고 팔씨름 한 판을 하면서 긴장을 누그러뜨렸습니다.
오늘 오기 전과 지금의 마음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오기 전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은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가장 바라는 것에 대해 물었습니다. 잘하는 것이 생기는 것과 가족끼리 잘 지내는 것, 키 크는 것이었습니다. 이 중에 가장 원하는 바는 잘하는 것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좋았던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 할 때, 가족끼리 스키장 갔을 때, 친구들이랑 놀 때 가장 좋았고 그 중 태권도 대회에 나가 상을 받을 때 정말 흐뭇했다고 했습니다. 태권도에 재능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왜 그만 두었는지 물었는데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 태권도를 하는 것만으로는 미래가 막연한 것 같다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나쁜 기억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물건 훔친 것과 엄마랑 사이 안 좋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건을 훔친 뒤 엄청 혼이 나서 그 이후로 버릇을 고친 것은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했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처럼 고등학교를 거쳐 좋은 대학에 가서 성공하는 애들도 있겠지만, 공부가 맞지 않는 아이라면 공부 대신 다른 하고 싶은 것이 생길 때까지 두고 봐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강제성을 띄어서는 안 되며 자기 스스로 자연스럽게 여러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지금까지 너무 하기 싫은 것만 해서 짜증이 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제의 감정을 문장으로 만들게 했습니다. “나는 비록 하기 싫은 것만 해서 짜증이 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합니다.”라는 문장을 만들어 눈을 감고 다섯 번을 반복시켰습니다. 진지하게 따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본인도 변하고 싶고 뭔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담 마무리 작업으로 해야 할 일을 정하게 했습니다. 태권도 선수, 축구 선수, 아나운서 등 여러 가지를 꼽았지만 가상을 전제로 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제인 것처럼 두려워하며 회피했습니다. 어떤 일을 해내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것은 아마 상곤이가 자신의 가치를 타인을 통해 인정받으려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치감에서 벗어나는 모험놀이 방법>
1. 조용한 장소로 이동을 합니다.
2. 자신이 불편하게 하는 생각과 괴롭히는 것을 종이에 써 봅니다.
3. 그리고 그것을 인정한다고 말을 해 봅니다.
4. 그런 다음 자신에게 위로가 될 만한 문장을 찾아봅니다.
5. 불편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 봅니다.
-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6.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 가지를 정해 봅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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