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상담 약속을 하고도 만나지 못한 정규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너무 착한데 도무지 말이 없다고 합니다.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궁금해 답답하다며 담임선생님이 상담을 의뢰 했습니다.
상담실에 들어오는 정규는 무표정했습니다. 어색해하는 정규에게 아침은 먹었는지 물었습니다. 늦게 일어나 안 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래” 하며 내 호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습니다. 동전을 보여주며 이 동전을 손바닥에 숨기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라 하고 눈을 감게 했습니다. 동전을 손바닥에 숨기고 동전을 찾으라 하니 한 쪽 손을 건드립니다. 진짜 있는지 선생님 손을 뒤집어 보라 하니 힘을 주며 손을 뒤집었습니다. 동전이 없는 것을 보고 아쉬운 듯한 모습을 짓다가 바로 무표정해졌습니다.
보통 아이들은 활동을 하면 표정에 변화가 있는데 정규는 거의 무표정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니 당황스럽고 무엇을 해야 할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 졌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경우가 대답이 짧거나 반응이 없는 경우입니다. 이럴 경우 상담자는 말이 많아지게 됩니다. 어느새 정규에게 은연중 대답을 바라는 말투로 변하는 내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 정규의 기분을 물었습니다. 대답이 없어 종이를 주며 쓰게 했습니다. 의외로 ‘좋다’고 합니다. ‘좋다’에 동그라미를 그려주고 화살표를 그린 다음 살면서 좋았던 기억을 써 보라 했습니다. 가족을 만난 것이 행복했다고 합니다. 또 태어난 것 자체가 행복했다는 뜻밖의 답을 했습니다. 글을 쓰고선 어떤 기분인지 물었습니다. 행복하지만 슬플 때도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가장 슬펐다며 종이 한쪽 구석에 작은 글씨로 휘갈겨 썼습니다.
그리고는 작은 소리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 게임을 했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하다 학교를 안 간 적도 많았어요. 특별히 재밌는 것도 없고,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정규의 꿈을 물었습니다. 게임제작자가 되는 것이라 했습니다. 새로운 게임을 만들면 행복할 것 같고, 내 게임으로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말했습니다. 또 삼성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상담을 마쳤습니다.
상담을 끝내며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자연스러운 교감이나,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상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을 묻는 질문에서도 아이가 뜻밖에 삼성이란 이야기를 했지만, 말하는 태도에서 의무감으로 대답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상담을 끝내기 아쉬워 용기를 내 마지막으로 잠깐 일어나 보라 하며 발등 밟기를 시도했습니다. 양손을 잡고 앞 사람 발 등을 먼저 밟으면 이기는 놀이입니다. 설명을 하고 먼저 발로 공격을 하자 반사적으로 뒤로 몸을 피하면서 오른발로 공격했습니다. 한 시간 이상 무표정했던 아이의 얼굴에서 활짝 핀 웃음꽃을 보았습니다.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은 흐르지 않는 깊은 물과 같이 위험하다’는 우화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트인 밝은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자주 놀아주는 것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 이렇게 합니다
1. 먼저 그림을 그려 놓은 종이를 만들어 놓습니다.
- 사각형, 원통 등
2. 그려 놓은 종이를 상대방의 등에 붙여 놓습니다.
- 그 쪽지를 보여주면 안 됩니다.
- 뒤에 있는 쪽지 내용을 앞사람에게 물어서 알아맞히는 것입니다.
3. 앞 사람에게 묻습니다. 예를 들면 동그라미입니까 등
- 앞 사람은 묻는 말에 예, 아니오만 대답할 수 있습니다.
4. 등에 붙은 그림이 무슨 그림인지 알아맞힐 때까지 실시해 봅니다.
◆ 주의사항
이 활동은 숨겨져 있는 사랑 목소리를 찾아 주는 활동입니다.
처음에 어색할 수 있으니 다른 활동을 한두가지 한 다음 하시면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시간은 30분, 장소는 넓은 곳, 대상은 누구나 가능합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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