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을 통해 우연히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원인과 문제를 진단한 뒤 전문가의 명쾌한 솔루션을 제공해 육아로 고민하는 많은 부모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학부모인 필자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지난해 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본격적으로 공부시켜 보겠다는 욕심에 여러 학원의 정보를 알아보고 주변 학부모들과 상의를 하던 중 자유학기제라는 새로운 교육정책이 도입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2학기부터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를 운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없어진다고 해서 환호성이었지만, 정작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이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를 직접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는데 학교측의 설명을 듣고 나서는 일단 지켜보기로 하였다.
요즘 아이들은 중학교 1학년 때 이미 사춘기 중증을 앓고 있어서 부모와의 대화는 물론 선생님이나 친구들과의 대화나 소통이 사라져 버린다고 하는데 과연 자유학기제가 잘 운영될 수 있을까? 막상 2학기가 시작되면서 걱정은 점차 기우였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서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수업은 강의식에서 학생들의 활동 중심으로 개선되었고, 동아리 활동과 진로탐색을 위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가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학기 중반쯤, 아들이 연신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엄마! 내가 커면 뭐가 될까?”
“엄마! 내가 무슨 일을 하면 잘할 것 같아?”
“엄마! 어떻게 공부를 하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받고서는 아들이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탐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부모가 공부하라고 해서 마지못해 공부하는 소극적인 공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이전에는 아들 목소리 한 번 듣기 위해 온갖 아양을 떨며 비위를 맞춰야 하루에 겨우 두세 마디 듣는 것이 전부였는데, 요즘엔 많이 말하고 웃으며 진로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등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얘기하느라 수다쟁이 아들이 되어가고 있다.
아들뿐만 아니다. 필자를 앞만 보고 빨리 달리는 학부모에서, 멀리 보고 아이의 꿈을 응원해 주는 진정한 부모로 거듭날 수 있게 해주었다.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현재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또 미래의 행복을 준비하고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다른 어떤 공부보다도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이처럼 자유학기제는 아이들도 달라지게 하지만 부모도 달라지게 하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예전에는 토요일에 아이가 놀러 나가면 다른 아이보다 뒤처지기라도 할까봐 불안했는데, 지금은 자신 있게 토요일의 학원 스케줄을 다 버리고 동아리 활동이나 운동을 권유한다.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성을 지르며 맘껏 축구도 하고, 스스로 하는 여러 활동을 통해 자신감도 기르고, 무엇이든지 아들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그 꿈을 향해 노력해 나가는 것을 응원하게 되었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인 필자까지 달라지게 된 것이다. 여러 학부모들에게도 강조하고 싶다. 자유학기제는 우리 아이들이 가진 끼를 발견하고 꿈을 응원하게 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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