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 학교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정부 시책에 동참하는 학교의 적정 온도는 교무실을 포함한 사무용 공간은 28°C교실은 26°C였다. 이렇다 보니 “찜질방 교실, 찜통 교실, 냉장고 교실” 소리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성장한 기성세대는 최근 청소년들의 인내심 부족과 나약함을 탓하기도 하였고, 젊은 층의 열혈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트리기도 하고 일부는 입에 담지 못 할 민원성 항의도 있었다. 뇌과학 이론에 의하면 뇌세포가 활동하기에 가장 적절한 기온은 4°C- 15°C이다. 그리고 생활하기에 쾌적 온도는 15°C-20°C이다.
한데 사람이 살아가면서 공기 중의 유해균 때문에 일 년 내내 무균 실에서 살 수 없듯이 언제나 쾌적 온도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일년중 혹서기와 혹한기, 봄가을의 쾌적한 사계절을 보낸다. 그래서 사막의 열사 지방이던 혹한의 극지방이던 적응을 잘 한다. 그러나 올 여름 같이 교실 기온이 26°C이면 학습권과 건강권의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교육적 측면에서 혹서기를 이겨내는 내성을 길러야 된다고 학생들에게 얘기해 봐야 설득력이 없고 오히려 반발만 사고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짚신(소금)장사와 우산장사의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일 수 있다. 왜냐하면 밀양 송전탑과 부안사태에서 보듯 발전총량을 늘리기에는 사회적 비용과 갈등이 비등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생산은 원자력을 기저(基底) 발전으로 쓰면서 태양광, 풍력발전, 조력발전을 피크전력에 대비하는 기조이다.
그런데 원자력이나 화석연료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환경단체가 개입하고, 야권이 참견하며, 진보좌파 세력들이 숟가락을 놓으면서 정책이 아닌 ‘정치’ ‘이념’의 문제로 변질 된다. 이러한 ‘무지개 연합군’이 진보정당과 손잡고 공사를 훼방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지난여름 국회(8.23.)에서 『전기 사업법 개정안』 촉구 및 서명운동 보고대회에 경기도 초등교장협의회장 자격으로 발표할 기회가 주어져 일선 학교의 현실과 개선책을 제시하였다.
먼저 우리나라 전력소비량 중 교육용은 1.68%에 불과하다. 대학과 도서관 및 박물관을 제외한 순수한 1만 1천 여 초·중등학교의 사용량은 1%정도이다. 참고로 주요국의 전기료를 보면 원유가 대비 일본 307%, 영국 303%, 미국 181%, OECD평균 213% 한국은 60%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요금체계가 요구됨을 알 수 있다.
한국교총의 설문에 의하면 일선학교의 95.6%의 학교가 과다한 전기료에 ‘부담스럽다’고 응답하였고, 학교예산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14%-20%이다. 학교운영비 중 경직성 경비와 각종 공공요금으로 대부분 지출되고 실제 교육활동 전반의 예산은 26%정도 밖에 안 된다.
‘상식 밖의 경제학’에 의하면 공짜가 제일 비싸다고 한다. 값싼 전기료는 여러 가지 문제와 더불어 수치화 할 수 없는 더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지금부터 동법 개정안을 서둘러야 다가오는 겨울 혹한기에 ‘냉장고 교실’을 면할 수 있는데 국회 산업통상자원 위원회의 발 빠른 움직임이 보이지를 않는다.
정치권의 사회변화 수용 지수는 기업 대비 3마일(앨빈 토플러)이라는데 유권자이자학부모는 차기 투표권을 무기로 그들을 압박해야 한다. 그러한 취지에서 입법청원에 학부모 단체가 나서고 있는데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과 함께 추동력이 힘을 잃어 가고 있다. 물고기는 기억력이 3초라는데 지난여름 ‘찜통교실’ 이라고 그렇게 아우성치던 학부모들은 물고기를 닮아 가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학부모들의 행동 결과에 무임승차하려는 심산은 아닌가? 첨단 과학의 시대에 과학 PD가 자갈밭을 맨손으로 일궈야 하는 상황에서 협력의 앙상블을 기대해 본다.
김기연
경기도초등교장협의회장
(부천상인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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