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장·한빛맹학교장)
저는 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망막색소변성이라는 희귀질환으로 잘 보이지 않는 불편한 생활을 하다가 고등학교 입학을 즈음하여 완전히 실명하면서 전맹 시각장애인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절망의 상황 속에서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맹학교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되었고 특수교육의 수혜를 받아 이제는 같은 아픔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시각장애인 후배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서나마 장애인들에 대한 특수교육에 헌신해주시는 교직원 여러분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 꿋꿋하게 장애자녀를 길러주시는 학부모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은 1977년 특수교육진흥법이 제정된 이후로 특수교육 발전을 위한 법적 기초를 마련하였고 2008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시행되면서 특수교육의 질적인 전환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를 통하여 장애 영․유아교육 프로그램과 고등학교 과정까지 의무교육 시스템이 도입되고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의 활성화, 장애학생에 대한 관련서비스 규정 삽입 등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는 부족한 교원 수와 실효성이 떨어지는 제도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에 전국 1만 7천 특수교사들을 대표해서 우리 특수교육 발전을 위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첫째로 특수교사의 충원에 더욱 힘써야 합니다. 일반교사가 90%를 넘는 충원율을 보이는데 비해 특수교사는 이제 60%를 조금 넘어서는 충원율을 보이고 있어 교육현장에서 학생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숫자로 따져보면 약 6,000 여명 정도의 특수교사가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밀학급 안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개별적인 지도는 물론이고 교실 안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않는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도 큰 문제입니다.
2013년에 특수교사가 202명에서 662명으로, 460명 증원된 것은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의미 있는 결과이지만 이러한 조치가 일회성 정책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지속적으로 특수교사 충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특수교사 충원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것이 장애학생 교육여건 개선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로 교육부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장애학생들에 대한 진로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한 바 있습니다. 장애학생들을 위한 진로․직업교육이 강화된 것은 장애학생의 자립생활을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정책이었고 이를 통해 장애학생들이 소박하나마 스스로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같이 ‘생산적 투자’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질 때 장애학생들에게도 자립생활의 미래가 기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은 더욱 강화되어야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진로․직업교육을 강화하는 것으로 장애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대책이 완전히 수립된 것으로 보아서는 안됩니다. 며칠 전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장애인 연금 지출비중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 중 멕시코를 제외하면 최하위에 불과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취업 장애인의 월평균 급여도 일반 상용근로자의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나 장애인들의 사회통합에 큰 저해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한 이후 장애학생들의 미래가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어져 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상황이며 이를 위해 장애인연금 지출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가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 특수교육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의 창구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특수학교에는 자모실 내지는 학부모대기실이라는 이름의 공간이 존재합니다.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오고가며 보는 것들이 많아지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사소한 일로부터 오해가 쌓이고 갈등으로 증폭되는 사례도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이러한 갈등이 외부로 비화되고 특수교육계 전반의 문제로 확대․해석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와 장애학생을 둔 부모님의 단체인 한국장애인부모회, 기타 학부모님들의 단체가 각각 창구 역할을 하여 문제를 협의하고 조율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 수 있다면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상호간에 이해를 높이고 오해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적절하게 협조할 수 있는 환경과 공간이 마련되어야만 학생들에게도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주기적으로 교직원들이 학생들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장애체험을 하는 기회를 가집니다. 시각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인 만큼 안대를 쓰고 교실을 찾아가기도 하고 지팡이를 활용해 보행을 해 보기도 합니다. 또한 안대를 쓰고 전맹 시각장애인이 된 상태에서 식사를 하도록 하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해 식사를 절반 이상을 남기기도 하고 옷에 그 흔적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교직원들이 장애체험을 하게 되면 우리 학생들을 교육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불편한 상황을 내밀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렇듯 특수교육은 이심전심의 이해에서 출발해야만 합니다. 장애인의 날에 즈음하여 간단하게 해 볼 수 있는 장애체험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사고의 틀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시면 어떨까요? 이를 위해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장애인식개선에 나서 장애인 관련법과 제도가 잘 뿌리내릴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주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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