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상담 카페인 “날날이 쌤과 함께 하는 행복발전소”에는 학기 초 긴장감이 풀려서 그런지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갈등에 대한 상담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권일이는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고도 안 피웠다고 대들다가 문제가 되어 징계를 받았는데, 그럼에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여 담임선생님이 상담을 의뢰했습니다.
상담실에 들어오는 권일이의 얼굴은 무표정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작은 키, 조그마한 얼굴에 깡마른 체구. 하지만 건드리면 폭발할 듯한 눈빛을 했습니다. 제가 먼저 팔을 내밀면서 팔씨름을 하자고 했습니다. 권일이의 굳었던 표정이 약간 풀렸습니다. 권일이는 팔에 힘이 없다면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오른손과 왼손 팔씨름을 차례로 하고, 이어서 발등 밟기 활동을 했습니다. 권일이는 발등 밟기 활동에서 잠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로 숨이 찰 정도로 몸을 움직이며 활동을 하였습니다. 발등 밟기는 양손을 잡고 발등을 먼저 밟으면 이기는 게임으로, 제가 분위기 활동으로 자주 적용하는 모험놀이 상담 활동입니다.
활동을 한 다음 물었습니다. “정말 네가 해결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권일이는 “담배와 키” 라고 합니다. 두 가지에 대한 느낌을 물었습니다. 담배는 아주 좋다고 합니다. 키는 아주 짜증난다고 하였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살면서 가장 짜증난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
가장 짜증이 날 때는 엄마가 잔소리 할 때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머리를 때릴 때도 왕짜증이 난다고 하였습니다. 권일이의 짜증은 대부분 엄마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집에 일찍 들어와라, 네 마음대로 하다가 커서 뭐해 먹고 살려고 하냐. 너도 아빠처럼 될래” 등등… 권일이는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화가 나면 자신은 다리가 떨린다고 했습니다.
권일이에게 어떤 때 화가 올라오는지 물었습니다. 권일이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간섭할 때 화가 난다고 합니다. 특히 공부하라고 하는 말도 정말 듣기 싫다고 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이 너를 간섭했을 때 지금처럼 화를 계속 내게 되면 어떤 삶을 살게 될 것 같은지 물었습니다. 권일이는 친구관계도 안 좋아지고, 사회생활도 못하고, 학교도 잘 적응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할 것이 없는 사람이 될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권일이에게 ‘나는 비록’ 이라는 단어를 주고 이어서 쓰게 하였습니다. 권일이는 “나는 비록 다른 사람이 나를 간섭했을 때 짜증나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예민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깊이 사랑합니다”를 쓰고, 그것을 눈을 감고 반복해서 차분하게 읽었습니다. 권일이는 짜증나는 정도가 9에서 0으로 떨어졌다고 말하였습니다.
권일이에게 살면서 가장 도움 받은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물었습니다. 권일이는 엄마, 아빠,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가장 고맙다고 했습니다. 이어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권일이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변호사가 되어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며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권일이를 보았습니다.
권일이는 자신이 화가 나는 행동을 하는 이유가 간섭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권일이는 많은 것들을 이해하는 듯 했습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사람이 어떤 것을 알아차렸을 때 원망, 감사, 존중하는 마음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 중 원망은 대부분 유아기적에 형성된 미숙한 생각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왜 원망하는지, 왜 짜증을 내는지만 알아도 상담을 마치며 감사해하는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다음 활동은 자신의 행동의 원인들을 꽃으로 피게 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
이렇게 합니다.
1. 참가자들을 두 명씩 짝을 지어 줍니다.
2. 선생님은 미리 안대를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장애물이 될 만한 문구를 종이나 도구로 준비합니다.
3. 일정한 간격으로 출발선과 도착선을 정하고, 그 중간 중간에 준비한 것들을 놓습니다.
- 짜증, 공부, 대학, 이성 친구, 컴퓨터, 오락, 목표 등등
4. 한 사람이 출발선에서 안대를 하고 다른 친구의 안내에 따라 도착선까지 갑니다.
5. 도착해서 바닥에 있는 것 중에 자신의 행동에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무엇이며 눈을 감고 오는 동안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발표합니다.
6. 모든 팀이 활동을 한 다음 나눔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 활동은 사전에 아이들이 해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의미 있게 전달되어 활동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딱딱하게 접근해서도 안 됩니다. 시간은 30분, 장소는 조용한 곳, 대상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가능합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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