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새터민)가 2만 5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매년 2000여 명씩 입국하던 탈북자가 김정은 등장 이후 1000여 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체제의 위협을 느낀 북한정권의 감시 감독이 한층 강화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탈북 심사과정에서 간첩혐의로 00명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남한사회에 적응을 못 하고 재입북한 경우도 있다.
경위야 어떠하든 현재의 탈북자(새터민) 정책은 상당한 보완이 요구된다. 따라서 정부에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안한다.
전국의 초·중등 학교장과 결연을 맺어 주자. 전국의 교장은 대략 1만 3000여 명으로 개인차는 있으나 유니세프 등 각종 봉사단체에 금전적 기부와 자원봉사자가 상당수 있다. 그들은 국가관 및 가치관이 검증되었고 사회·경제적 지위도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 직업군이다. 더 큰 매력은 학부모와 제자 기타 사회 인사와의 끈끈한 직·간접 인연을 맺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적 자산을 탈북자들의 정착과 남한사회 적응을 돕는 자원 봉사자로 활용한다면 탈북자 정책에 일대 혁신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인생의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결연이 되면, 난생처음 경험하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적응도 한층 더 속도를 낼 수가 있다.
정부는 전국의 16개 시·도에 근무하고 있는 학교장의 위치와 역량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상담뿐만 아니라 그들의 학력과 역량에 따른 직업 알선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탈북자도 육체의 호흡뿐 아니라 영혼의 호흡으로 사는 같은 동포다. 어쩌다 지도자를 잘 못 만나 사선을 넘어온 그들과 정서적 이격(離隔)이 없을 수는 없지만 정서적 간극(間隙)을 좁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찌 보면 그들은 거칠었던 시대에 갖은 신산(辛酸)을 다 겪고 화상(火傷)을 입은 사람들이다. 단단한 얼음은 작은 송곳에 쪼개지고 두터운 눈은 한줄기 봄바람에 녹듯 전국의 학교장들이 이러한 일을 선도해 보자.
민족은 생물적·언어적 공동체라기보다 체험과 문화의 공동체에 가깝기 때문에 민족의식 및 동질성 회복은 공유된 역사적 경험에 바탕하기 때문이다.
학교장이기에 지금까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았던 혜택을 이제는 노블레스 오불리주 차원에서도 실천을 주문해 본다.
몇 년 전 모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연해주의 아그로 상생 농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한국인 농장 책임자가 한 말이 지금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정부의 배급에만 의존하는 사회주의 체제에 젖어서 능력에 따른 보상과 실적에 따른 봉급 개념을 교육 시키는데 일 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탈북자들의 정착에 ‘출발선에서의 기회균등’ ‘과정에서의 공정’ ‘결과에서의 공평’을 포괄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리를 기초부터 잘 터득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통계학적으로 모든 조직의 3%는 낙오자가 있고 사회학적으로도 인구 1만 명 중에는 몇 명의 범죄자가 있다고 한다. 또 그들을 상대로 사기 치려는 앞선 탈북자와 남한 사회의 기생충 같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목자의 심정으로 이중 삼중의 보호막이 꼭 필요하다.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만 사는 세상이 아닌 한 탈북자 중에도 우리가 특별히 보듬어야 할 요주의 인물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나원 출소 후 망망대해와 같은 고독감 고립감을 안고 끝도 보이지 않는 사막 벌판에 놓인 꼴이어서는 곤란하다. 남한 사회의 환상이 깨지는 순간 실망감, 환멸, 배신감, 분노의 합계를 반영하여 그들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단체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구상에서 인재(석사 박사)가 인구비례로 제일 많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문제는 탈북자들의 보호막과 남한 사회적응을 위한 적합한 인재풀을 집안의 연못(탈북담당공무원)에서만 찾지 말고 호수와 태평양에서도 찾기를 바란다.
새해에는 탈북자들의 엘레지(비가· 悲歌)보다는 송무백열(松茂栢悅)의 환희에 찬 희망가가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기연
부천상인초등학교장
(한국초등교장회홍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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