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기억속의 교복은 통제와 불편의 대상이었다. 교문 앞에서 이뤄지는 살벌한(?) 복장 단속과 추운 겨울이건 더운 여름이건 한결같은 교복에 갇혀 혹한에 떨고 폭염에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요즘은 어떨까? 무더위에도 긴바지를 입어야 하는 남학생, 길이가 맞지 않는 스커트가 언제나 신경 쓰이는 여학생. 몸에 맞지 않는 교복에 개성을 무시한 획일적 디자인등 달라진게 없다. 여기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교복 값 까지... .
“학창시절 추억의 상징인 교복이 왜 공공의 적이 됐을까. 어떻게 하면 교복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산뜻하고 편안한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을까.” 교복이 주는 불편함을 없애고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학생다움을 살릴 수 있는 ‘묘수 찾기’는 모두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탁병환 대표가 남학생 생활교복 스캐주얼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물빨래로 충분-저렴한 가격에 학부모들 만족, 江南등서 큰 인기
“학기초가 되면 학생과 학부모 모두 교복구매로 시달리게 됩니다. 와이셔츠, 넥타이, 스커트, 카디건등 갖출 것은 많은데 값은 비싸고, 활동성 떨어지는 정장 형태 교복은 갑갑하기만 한거죠. 학생들 취향에 맞게 편리하고 세련된 교복은 없을까 고민하다 내놓은 것이 생활교복 ‘스캐쥬얼’(SCHASUAL)입니다. 디자인과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이란 입소문이 나자 고객들이 믿고 찾더군요. 브랜드란 계급장 떼고 품질만으로 블라인드 테스트 한다면 어떤 제품이건 모두 이길 자신 있습니다.”
굴지의 대기업 얘기가 아니다. 생활교복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삼환티에프 탁병환 대표의 당찬 포부다. 회사명 보다는 ‘스캐주얼(SCHOOL과 CHASUAL 합성어)’란 브랜드로 더 잘 알려진 삼환티에프는 대기업들이 독점 하다 시피한 국내 교복시장에서 유럽풍의 스타일리쉬한 캐주얼 교복으로 돌풍을 일으킨 기업이다.
삼환티에프는 설립 초기부터 학생과 기업의 체육복등 의류 개발 전문 인력을 영입, 기술력 확보와 제품개발에 주력해 왔다. 특히 브랜드파워가 약한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R&D 연구에 집중 투자했다.
이후 2011년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INN0 BIZ 인증 획득,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MAIN BIZ 인증획득을 비롯 ISO 9001, 14001인증을 받는등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에는 기술보증기금이 선정한 벤처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기능성 내구성 갖춘 3계절용 교복으로 대기업에 도전장
‘작지만 강한 기업’ 삼환티에프가 공룡 같은 대기업들과 교복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스캐주얼이 갖고 있는 기능성과 내구성, 고객 맞춤형 고급스런 디자인, 그리고 강한 가격 경쟁력등을 꼽았다.
산뜻함과 편안함을 강조한 여름용 생활교복
첫째, 고어텍스등 기능성 소재로 무장한 신개념 캐쥬얼 교복이다. 스캐주얼은 항균, 항취, 방수, 방풍은 물론 흡습 속건 기능까지 갖춘 원단을 사용한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하고 빨리 마르며 냄새가 나지 않는 소재를, 겨울에는 방수와 방풍성이 뛰어난 소재를 이용, 적정한 체온 유지로 언제나 상쾌한 기분을 제공해 준다.
무엇보다 드라이 세탁이 필요 없다. 물빨래 만으로도 다림질 한것 처럼 반듯한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어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또 청소년기 왕성한 활동성과 단체생활이 주는 거친 환경에도 옷이 늘어나거나 변형되지 않는 탁월한 내구성이 강점이다.
둘째, 고객이 원하는 교복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맞춤형 제작으로 만족도가 높다. 교복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교표만 다를 뿐 비슷비슷한 붕어빵 스타일. 그러나 스캐주얼 교복은 학교마다 모두 다르다.
기존 교복시장에서는 영업사원들이 학교 측과 접촉하기 때문에 새로운 디자인 반영이 어렵지만 스캐주얼은 디자이너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제작한다.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으로 학교만의 특징을 살린 교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샘플 제작도 보통 40여일 걸리는 대기업과 달리 삼환 티에프는 설계부터 원단 공급, 교복 제작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3~4주면 거뜬하다는 것이 탁윤지 디자인 실장의 설명이다.
고급스런 디자인에 활동성 가미 학생들 “예쁘고 편해요”
셋째, 실용성과 고급스러움을 갖춘 다양한 디자인이다. 스캐쥬얼 생활교복은 티셔츠, 후드티, 바람막이 점퍼 등 종류가 다양하고 학생들이 평소 즐겨 입는 일상복을 교복으로 디자인해 실용적인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이중점퍼와 오리털 파카, 후드티등으로 구성된 교복세트는 봄, 가을, 겨울등 3계절 착용이 가능해 인기 가 높다.
한겨울 추울 때면 오리털 파카에 바람막이 이중 점퍼를 걸치면 거뜬하고 따뜻한 봄 가을엔 후드티에 점퍼 하나면 멋진 교복이 된다. 남학생들 바지는 스판 기능을 갖춰 활동성을 더했다. 여학생들도 스커트 안에 바지를 부착한 속칭 ‘치마바지’ 교복이어서 예쁘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살렸다. 학생들은 짧은 치마 탓에 속옷이 드러날까 신경 쓰이지 않고, 움직이기 편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며 만족해 한다.
스캐주얼 교복은 활동성과 고급스런 디자인이 강점이다
넷째, 스캐주얼은 가격대가 25~30만원대로 경쟁업체에 비해 저렴하다는게 큰 강점이다. 중간 유통마진을 없애고 교복에 필요한 원단을 원가로 공급, 교복값의 거품을 뺐다. 여기에 지난 30년간 체육복과 단체복 제작 등을 통해 얻은 삼환티에프만의 기술력으로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
삼환티에프는 스캐주얼을 생산하면서 여러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애써 개발한 디자인을 대기업에 빼앗기는등 설움을 겪었다. 많은 돈을 들여 야심차게 개발한 골프웨어 스타일의 여학생 교복은 대표적 사례.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막 시장에 출시하려는 순간 대기업에서 똑같은 제품으로 선수 치는 바람에 손도 못써 보고 당했다. 교복 샘플을 본 학부모들이 마음에 든다며 가져간 뒤 이를 대기업에 넘겨주고 제작을 의뢰, 시쳇말로 뒤통수를 친 것이다. 맘에 드는 디자인에 유명 메이커 브랜드를 붙이고 싶은 ‘얄팍한 상혼’이 빚은 해프닝이지만 삼환티에프로서는 아픔이 컸다.
애써 만든 디자인 대기업에 뺏겨 어려움 겪기도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교복시장에 뛰어든 삼환티에프는 대표 브랜드 스캐주얼을 앞세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생활교복 열풍이라고 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교복계의 ‘강남스타일’인 셈이다. 이미 단대부고, 대원외고, 신반포중, 원촌중등 유명학교들이 스캐쥬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교육 중심지로 떠오른 인천 청라지구에서도 구입 의사를 타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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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환티에프가 하복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제품들.
스캐주얼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대체로 ‘활동하기 편하다’ ‘디자인이 고급스럽다’ ‘땀 흡수가 잘된다’ ‘빨래하기 편하다’ ‘착용감이 좋다’ ‘가격이 저렴하다’ ‘교복 스트레스가 없다’등의 의견을 보였다. 교사들 역시 “학생들과 복장단속을 둘러싼 마찰이 줄었고 가격도 시중가의 3분의2 수준으로 학부모의 부담을 덜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삼환티에프는 올해 활동하기 편한 생활교복 스캐주얼로 교복 시장에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탁병환 대표는 “정장차림의 불편하고 딱딱한 교복 대신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봄 가을엔 활동하기 편한 생활교복으로 새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자신했다.
수년간 교복수익금의 일부를 교육 기부해온 탁 대표는 그동안 서울 상계종합사회복지관, 충남농아인협회 부여군지부, 여주 라파엘의 집, 사랑복지재단과 태국 메솟버마난민아동 청소년, 몽골 빈곤아동청소년 등을 지원하는등 보이지 않은 선행도 펼치고 있다. highway3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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