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반대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감정적 보복인사’ vs ‘경륜 있는 전문직을 발탁 교육행정에 안정감을 준 무난한 인사’. 지난 16일 단행된 서울교육청 교육전문직 인사를 놓고 교육계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교육정책 국장등 핵심 고위 관료들이 줄줄이 경질되고 전문직 경력 없는 현직교감이 장학관으로 발탁되는 등 파격을 보이면서 이번 인사의 배경과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는 3월 정기인사의 폭과 방향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교육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교육감의 첫 교육전문직 인사가 단행된 16일 이후 보복성 인사로 피해를 봤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느닷없이 교장이 바뀐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특히 문용린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거나 지지를 보냈던 단체들이 배후에서 이번 인사를 좌지 우지 하는 바람에 이들이 수렴청정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교육청 주변에서는 “측근 실세들이 포함 된 ‘섀도 캐비닛’이 대리인들을 내세워 교육감을 조종하는 ‘꼬붕들의 섭정’이 시작됐다”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반면 문교육감의 첫 작품 치고는 무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모두를 만족시킬수 없지만 80점은 되는 무난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지역교육청 국장은 “서울교육청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전문직 사회에 교과부및 현장교사 출신을 배치함으로써 조직에 새바람을 추구한 것은 잘 한일” 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보복인사 논란 = 안명수 교육정책국장과 한상윤 학교혁신과장, 전병화 학교혁신팀장을 경질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장-과장-팀장을 한꺼번에 교체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 문교육감은 혁신학교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들과 갈등을 빚는등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노현 사단’ 추방을 요구해온 특정 단체의 압력도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의 본질을 강조해온 문교육감이 교원 인사를 정치 논리로 풀어가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최홍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17일 “교육위원 3선 하는 동안 이처럼 무자비한 숙청 인사는 처음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희생양 인사 = 한상로 교원정책과장과 임현철 북부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의 교체를 놓고서는 ‘이해 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인사 업무에 정통하고 특정 정파에 휘둘리지 않는 원칙주의자로 신망이 두터웠던 한 과장은 뚜렸한 이유 없이 물러나야 했다. 일부에서는 1년 반 이라는 짧은 임기 탓에 ‘무리수’를 둬야 하는 문교육감 진영이 깐깐한 한 과장을 부담스러워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장학관 역시 희생양이기는 마찬가지. 보복인사에 유탄에 맞아 졸지에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는 불운을 맞았다. 한과장과 임 장학관 인사 조치는 가혹했다는 평가속에 동정론이 교육청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代理 인사 논란 = 일반직에 이어 전문직 인사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들의 활약은 두드러 졌다. 퇴직 교장들과 새정부 유력인사의 후원설이 파다하다. A 씨는 유력인사와 같은 교회를 다니는 바람에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입성했다는 소문에서부터 문용린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던 전직 교장들이 대리인 격으로 인물들을 추천, 이들이 요직을 차지했다는 설 까지 뒷 말이 무성하다.
한 장학관은 “교육감 선거 논공행상을 하다 보니 능력에 관계없이 여기저기서 꿰 맞춘 모자이크 인사가 됐다"고 평가절하 했다.
화제의 인물들 = 문교육감 인사의 특징중 하나는 교과부 출신 전문직 중용이다. 이병호, 오석규등 양국장을 비롯 이화성 장학관등이 그들이다. 텃세가 심한 서울시교육청 전문직사회에 대한 물갈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최근 지방에서 불거진 장학사 시험 유출 사건이 영향을 줬다는 말도 나온다.
배남환 장학관은 전문직 경험이 없는데도 교감에서 장학관으로 발탁돼 가장 파격적 인사로 꼽힌다. 이화성 장학관 역시 인사 경험이 없지만 중등 인사 장학관에 임명됐다. 이 장학관은 청렴하고 깨끗한 성품과 똑 부러진 일솜씨를 인정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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