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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칼럼] ‘지혜로운 어른’ 되기가 스승의 필요조건이다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기사입력 2024-11-01 오전 9:58:00 | 최종수정 2024-11-01 09:58   


▲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일반적으로 교사는 열과 성의를 다해 열심히 가르치고 실력을 갖추면 좋은 교사, 나아가 스승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한 시간이라도 더 교재연구를 하고 완전히 숙달해서 익숙한 가운데 자신 있게 수업에 임하고자 하는 욕심을 평생에 걸쳐 불태운다. 그래서 간혹 수업 후에 “오늘 진짜 멋진 수업이었어요~”하고 감탄을 하는 아이가 있을 때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고 스승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대부분의 교사는 이처럼 열과 성을 다해 아이들을 가급적 많이 공부시키는 것에 최우선을 둔다. 이것이 스승이 되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인가? 오랜 기간 사제지간의 인연을 이어가거나 안부라도 전하는 제자는 그렇게 열심히,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공부를 많이 시키며, 교사 추천서를 써준 학생들이 대부분 아닌 것은 틀림이 없다. 일반적으로 우등생인 아이들은 대개 졸업 후에 스승의 날을 전후해 반짝 감사의 편지나 학교방문으로 입으로만 고맙다고 아양 떨듯이 요란하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대다수는 그러기라도 은근히 바라고 기대하는 아이들도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잘나서 자신들의 노력으로 인해 의당 좋은 대학에 간 줄로 안다. 그 이상의 인연은 그들과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잘해서 격려해 주고, 못해도 격려해 준 아이들이 참으로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예컨대 무더운 여름날 교실에 남아 면학에 힘쓰던 아이에게 다가가 “힘들지? 이렇게 열심히 하니 꼭 성공할 거야. 선생님이 응원할게”라고 격려의 말을 건넨 학생,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고민이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받을 기회를 줄 테니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 보거라”하며 적은 장학금이나마 받게 해준 학생, 이성 친구와 헤어진 후 세상을 잃은 것처럼 상심하고 일탈하려던 아이에게 “너는 성실하고 착하니 나중에 더 좋은 이성 친구를 만나 잘 될 거야.”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 준 학생.... 이런 학생들이 후에 짧은 순간의 인연에 비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게 되는 사제의 인연을 맺고 있다.

 교사라면 누구나 진정한 스승이 되기를 바라고 원한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교사는 많으나 진정한 스승은 없다”고 한탄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스승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아이들은 진짜 어른다운 교사를 원한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그냥 나이만 먹은 어른이 아니라 진정으로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그들에게 꼰대라는 경멸의 대상이 아니라 닮고 싶은 ‘큰 바위 얼굴’과 같은 어른 모델이 함께 한다. 따라서 진정한 스승은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의 모습을 통해 아이를 성장시키는 사람이다. 사람은 자기를 성장시켜 준 어른은 잊지 못하는 멘토이자 마음 속 스승으로 늘 그리워하지 않는가.

 우리의 현실은 아이들이 진정한 어른을 만날 기회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와 학원, 집에서도 늘 각자도생인 상태이고 어른이 아니라 미성숙한 또래들이 넘치는 생활터전에 직면한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정신적 이방인이 되어 간다. 가정과 학교 밖 사회는 어떤가? 어른들은 먹고사니즘의 여파로 본받을만한 철학이 결여되고 아집과 오만이 가득하며, 정치적 이념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 이런 어른들을 아이들이 좋아하고 존경할 리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세상과 단절된 아이들은 마음의 빈곤을 달래기 위해 게임이나 약물에 의존하여 환상의 세계에 빠져든다. 결국 성숙한 어른의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손길이 턱없이 부족한 곳에서, 때로는 폭력이 난무하는 곳에서, 차가운 눈초리와 매서운 손질이 빈번한 곳에서, 아이들은 그저 우울하게 지낼 뿐이다. 이렇게 자라 어른이 되니 어느 외국인 작가는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민족이다”라고 평가하지 않는가.
 
이제 교사는 성숙한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만나야 한다. 이는 교사가 단지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지혜로운 어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이다. 학교에서는 아이와 어른이 서로 진심으로 마주보는 시간이어야 한다.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아이들이 교사를 보고, 듣고, 느끼며, 배움이 일고 또 아이가 맘껏 성장하도록 이끄는 어버이가 진정한 스승이 될 수 있다. 지혜로운 어른 되기, 이것이 스승의 필요조건임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사제공 : 주간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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