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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픈 4월의 교단
기사입력 2024-04-12 오후 3:04:00 | 최종수정 2024-04-12 오후 3:04:12   
요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들을 만나면 기본 30분은 늘봄으로 접고 들어간다. “요즘 어떠세요?”라는 한마디에 ‘늘봄 분투기’가 줄줄 쏟아진다. 전국 초등학교가 온통 벌집 쑤셔놓은 모양새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 A 교장은 최근 교육청에 늘봄학교를 신청했다. 한 달 전만 해도 그는 늘봄학교에 관심이 없었다. 학생수 1천여명의 큰 규모 학교지만 돌봄교실은 문제없고, 지역 돌봄도 잘 갖춰져 있는데다 방과후학교 역시 학부모 만족도가 높다.

교사들도 내키지 않는 모습이 역력해 굳이 긁어 부스럼 내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A 교장뿐 아니라 서울 시내 대다수 초등학교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개학과 동시에 뚜껑을 열어보니 서울에서는 교육청 관내 초등학교 중 38개 학교만 늘봄학교를 신청했다. 부산과 전남이 100% 늘봄학교를 달성한 것에 비춰보면 6.3%라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성적이다. 언론에선 ‘꼴찌’라는 꼬리표를 달아줬다.

급기야 윤 대통령은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늘봄학교의 준비 상황을 점검해 보면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며 "지역별로 참여하는 학교 수의 차이가 크고, 준비 상황도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고 서울을 직격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말과함께 고개를 숙였다. 그 뒤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들은 주말도 잊은 채 밤낮으로 뛰었다.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교육부와 ‘아쉬울 것 없어’ 느긋한 학교들 사이에서 이리치고 저리 치였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지만 하소연할곳도, 좌고우면할 새도 없었다. 학교구성원들을 찾아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하고 그래도 안 되면 읍소를 해서라도 붙잡았다. 천신만고 끝에 서울은 20여일 만에 38교에서 151교로 늘봄학교를 늘렸다.

A 교장도 추가 모집된 151개 학교 중 하나다. 그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어차피 2학기에 늘봄을 전국 모든학교가 해야 한다면 굳이 미룰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침 교육청에서 시설개선과 강사 등 인력 지원 약속도 있었고, 두어 달 준비기간을 거치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고 했다.

남은 관건은 교사들 설득. 그는 교직원회의에서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 늘봄학교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교장인 자신이 지겠다고 공언했다. 인력이 부족하면 직접 행정일도 맡고 강사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폭적인 호응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노골적인 반대도 나오지 않았다. 대체적인 동의가 이뤄졌다고 판단한 A 교장은 그길로 관할 교육지원청에 늘봄학교 신청서를 제출했다. 교장 5년만에 교육청에서 그런 환대를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방 중소도시 초등학교 B 교장. 그는 한숨부터 쉬었다. 늘봄학교 3개 학급을 운영하고 있는 데 공간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정규수업 후 늘봄이 시작되면 몇몇 교실은 비워줘야 한다.

담임교사들은 쫓겨나다시피 짐을 싸 들고 학년연구실로 간다. 행정업무는 물론 교재연구, 수업준비까지 해야 하는데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힐 리 없다. B 교장은 미안한 마음에 조퇴하고 집에 가서 일하라고 하고 싶어도 규정에 어긋나니 답답할 뿐이다.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다. 이제 막 유치원을 벗어난 초등 1학년들. 그는 오후 4시까지 학교에서 있으면서 지쳐가는 아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유치원도 7시까지 하는데 그게 뭐 문제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혀 다른 환경, 그것도 딱딱한 의자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고통의 시간이라고 했다. 벌써 4명이 학생이 늘봄학교를 그만뒀다.

그뿐인가. 중간에 졸립다며 집에 가겠다고 우는 아이들. 보호자에게 연락을 해도 직장 일 때문에 당장 데리러 갈 수 없다며 좀 봐달라고 한다. 학교인지 탁아소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잠시도 한 눈 팔수 없는 어린 초등생들이다보니 이동할때면 혹여 다치기라도 할까봐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어렵사리 구한 늘봄 강사는 안전사고에 따른 책임 걱정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고 하소연 한다.

민원도 늘었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다 보니 학교와 학부모 모두 낯설기는 마찬가지. 이런저런 궁금증과 시시콜콜한 요구 전화가 교장실에 수시로 걸려 온다고 한다.
“3월 4일 개학과 동시에 늘봄학교를 사작하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2월 29일 하루 동안 제가 받은 늘봄 공문만 3개나 돼요. 학부모는 모든 걸 믿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데 충분한 준비도 없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어요.”

B 교장은 정부가 지금처럼 늘봄학교 숫자 채우기에 급급하면 결국엔 시늉만하는 학교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장에서 만난 교장들도 “교육은 시간과 공을 들이지 않고 서두르면 훗날 큰 상처를 남긴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교육부 생각은 다르게 여겨진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28일 초중등 교장들과 가진 ‘함께차담회’에서 “3월 현재 전국에서 2810개 늘봄학교가 운영되는 등 안착을 위한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웃기면서 슬픈 4월의 교단이다.

기사제공 : 주간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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