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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바란다> 내 주머니 속에서 빛나는 것들
기사입력 2020-09-14 오전 9:26:00 | 최종수정 2020-09-18 오전 9:26:30   


조춘애
경기광명중학교 교사

   

나의 동료 선생님 한 분은 온라인 수업 기간에, 학생들이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과 어려움이 있을 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매주 자기 성찰 활동을 지도하셨다. 학생들이 새롭게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선생님에게는 온라인 수업 중에 만난 뜻밖의 기쁨이었다. 또 다른 동료는 온라인 수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여, 아이들이 등교하면 질문 2개를 주고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외우거나 설명하도록 했다.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할 것을 놓치지 않도록 한 학기 내내 이런 문답지도를 이어가셨는데, 뜻밖에도 그 과목의 이번 학기 평균이 지난 3년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또 다른 동료는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소설을 직접 타이핑해서 나누어주고 글쓰기 수업을 이어가셨다. 그리고 학생 활동지에 담긴 아이들의 노력과 성과, 앞으로 기대되는 가능성에 대해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방학 내내 생활기록부에 작성하셨다. 아이들은 소설을 배우면서 동시에 한 사람의 삶에서 자기 직분에 대한 열정과 사랑도 배운다.

지금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배움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교사이다. 교사들의 양쪽 주머니 속에는 교단생활을 하면서 얻은 빛나는 아이디어와 수업의 방법이 가득 들어 있다. 남 앞에서는 잘 꺼내 보이지 않지만, 교실에 들어서면 각자의 주머니 속에 넣어둔 보석들을 꺼내어 학생들을 가르친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만난, 동료 교사들의 가르침에 대한 열정에는 언제나 제도를 뛰어넘는 지성과 성실함이 있었다. 학교뿐 아니라 다른 일터에서도 우리는 종종 이런 훌륭한 동료들을 만나면서 일하는 생기와 힘을 얻는다.

그런데 개인들의 이러한 열정과 지성은 왜 전체 제도나 구조로 모아지지 않는 것일까? 사람들의 마음이 서로에게로 흐르는 다리가 있다면, 이 다리가 이미 다 끊어져버린 것일까? 그래서 함께 모여 대화하며 논의와 합의의 과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모두 잊어버리거나 포기한 것일까?

대부분의 공립학교에는 자체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하는 대화의 문화가 거의 없다. 우리는 낯설고 다른 것을 기다려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두려움과 긴장감을 함께 견뎌줄 우리들 사이의 신뢰를 잊은 지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와 다르면’, 불만과 민원들이 쏟아지고, 문제가 생기면 제안을 한 사람이나 학교에 모든 질책이 쏟아진다. 새로운 시도는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논의하고 합의할 이유가 점점 사라진다. 결국 전국의 모든 학교가 교육부 지침만 기다리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학교는 실제 상황에 도저히 불가능한 것도 어떤 식으로든 지침에 맞게 꿰맞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질문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우리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이 모든 패턴을 우리는 매번 반복적으로 함께 만들어 내고 있다.

전체는 항상 우리 각자가 아는 것보다 방대하고 복잡하다. 따라서 개인의 의견이 적극 공유되고 조정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엉뚱한 곳에 도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각자의 주머니 속에 담아둔 빛나는 의견과 경험, 상상하고 꿈꾸던 것들을 모두 꺼내어 함께 볼 수만 있다면, 그래서 우리가 무얼 갖고 있는지 서로 알게 된다면, 위기의 상황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더 의미 있고 새로우며 효과적인 방법들을 찾을 수 있다.

 

*본 기고의 저작권은 경향신문에 있음을 밝힙니다.

안민진 기자 dksals68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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