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잘 될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들과 그 의미가 유사한 말이다. 결국 어떤 좋은 결과는 시작부터 알 수가 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물론 이것은 시작이 좋지 않으면 결과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에 근거하여 처음부터 잘하라는 일종의 권면이 담겨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어려서부터 가치관 교육의 결과로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있다.
바로 부탄이다.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 동부에 위치한 인구 75만 명, GNP 3천 달러의 작은 나라다. 그런데 이런 국가 규모에 비해 부탄은 그 나름의 명성이 자자하다. ‘하늘 아래 가장 행복한 나라’, ‘가장 가난하지만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부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꽤 오래전이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부탄은 가장 행복한 나라 중의 하나로 그 유명세를 간직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그것은 높은 행복지수에 근거한다. 이 나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풍요로운 느낌보다는 솔직히 척박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최근에는 수도 팀푸를 비롯해 푸나카, 공항이 있는 도시 파로 등 주요 도시는 호텔과 주택을 건설하는 개발이 한창이지만 아직도 3개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왕복 2차선이고 상하수도 시설 같은 도시 인프라도 매우 열악하다. 그뿐인가.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농산물들은 볼품이 없으며, 싱싱한 생선도 찾아보기 힘들고, 말린 민물고기 판매가 전부이다. 이런 척박한 나라의 국민이 어떻게 높은 행복지수를 유지할까?
2019년 여름, 필자는 부탄을 직접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알게 된 비밀은 다음과 같았다. 부탄은 국왕이 있지만 직접 통치는 하지 않는다. 국왕이라도 화려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지역과 마을 곳곳을 돌며 국민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받는 지지와 신뢰가 절대적이다. ‘국민행복정책’의 큰 틀도 국왕이 제시한다. 부탄의 국민행복정책의 기본방향은 첫째, 균형 있는 사회경제적 발전을 목표로 하는 정책 추진이다. 국가는 단지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성장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둘째, 경제개발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다. 환경 보존은 너무도 철저하다. 셋째, 전통과 문화 보존을 중시해 국민의 자부심을 높인다. 찬란한 불교문화가 이를 증명한다. 넷째, 좋은 협치(굿 거버넌스)를 이루고 있다. 그 핵심은 정부와 시민이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공무원이 청렴하다는 것이다. 그중에 필자가 특히 부러웠던 점은 부탄사람들은 서로가 ‘우리’라는 강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행복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그렇다면 부탄의 교육은 높은 행복지수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먼저 부탄사람들의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매우 강한 공동체 정신은 어려서부터 받고 자라온 교육정책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이 과거 전쟁의 폐허 속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것은 바로 근면, 성실한 국민정신과 교육의 위대한 힘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교육에 덧붙여 부탄 정부는 GDP(국민총소득) 성장보다는 GNH(국민총행복) 증대를 일관되게 추진한다. 즉, 모든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GNH 증대이며 정책의 평가 기준도 GNH이다. 국민의 행복은 이처럼 철저히 국가로부터 보장받고 있다.
우리도 이젠 행복 교육이 우선이다. 어려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고진감래형’ 교육과 제로섬(Zero sum)을 이끄는 소모적 경쟁교육으로는 모두가 불행하고 어쩌다 행복에도 균열을 초래한다. 어려서 행복을 느끼며 자란 사람이 훗날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 우리에게도 그 사례는 있다. 바로 윤구병 교수의 ‘변산 공동체’의 삶이다. 이는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동체 교육의 모델이다. 국민이 행복한 삶의 비결, 그것은 어릴 적부터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 가치관, 공존의 삶에 달려 있음을 교육의 첫 장에 새겨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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