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요즈음 여기저기서 삶이 힘들고 지친다고 아우성이다. 성인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에 지친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주로 할까? 좋은 대학 가려고 아무 생각이 없을까? 의식 있는 학생은 이럴 때 일수록 자신의 절박한 상황을 근거로 다양한 질문을 던지기 쉽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 “왜, 우리는 태어나는가?”라고 물을 때 그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라고 대답한다면 학생들에겐 얼마나 마음의 울림으로 다가갈까?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신앙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서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사랑이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는 엄마를 잃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훌륭한 부인을 보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간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질문과 대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랑하면서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우주보다도 위대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그만큼 인간의 사랑의 위대함은 비교 불가능하다.
1949년, 프랑스의 상원의원이었던 아베 피에르(1913~2007) 신부는 자신의 담당 관할지를 산책하던 중 목을 매고 죽으려는 전직 목수 조르주를 만난다. 그 사람을 붙잡고 신부는 “죽는 것은 좋지만, 그 전에 나와 함께 집 없는 사람들 집이나 만들어 주고 나서 죽으라”고 말한다. 목수는 자기보다 더 비참한 상태에 놓여 있는 이들을 도와 그 고통을 나누어짐으로써 스스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마침내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
조르주, 그는 인생의 낙오자였는지는 모르지만 신부가 집을 지을 때 그를 도와 나무판자를 나르는 데는 쓸모가 있었다. 그 일은 그의 인생에 다시금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조르주는 나중에 고백했다. “신부님께서 제게 돈이든 집이든 일이든 그저 베푸셨다면 아마도 저는 다시 자살을 시도했을 것입니다. 제게 필요한 건 살아갈 방편이 아니라 살아갈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그 후 그는 자신보다 더 가난하고 불행한 이들을 도우며 살아갔다. 이것이 바로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 주는 ‘엠마우스 공동체’의 창립정신이다.
피에르 신부는 매년 프랑스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인’으로 8년 동안 일곱 차례나 1위에 올랐다. 그는 “나는 자주 화내는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을 무너뜨리는 무언가에 대해 비난해야 할 때가 되면 화를 내기도 한다.”며 “이 같은 ‘성스런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사랑이고, 이 둘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르트르가 한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에 대해 “나는 그에 반대한다. 타인들과 단절된 자기 자신이야말로 지옥이다. 유일한 신성모독은 사랑에 대한 모독뿐이다”라고 주장했다.
피에르 신부의 말이 뇌리를 흔든다. “타인들 없이 행복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들과 더불어 행복할 것인가. 혼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과 공감할 것인가. (…) 시간의 긴 어둠에서 빠져나갈 때 모든 사랑의 원천에 다가서는 우리의 마음은 타는 듯 뜨거우리라.”
책임질 줄 아는 것은 인간뿐이다. 이 시대의 힘들고 어려운 실상을 모른 체하려는 무관심은 비겁한 회피요, 일종의 범죄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나누어 짊어진다는 것이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고통은 나누면 반감된다. 우리는 이웃의 기쁨과 아픔에 대해 나누어 가질 책임이 있다. ‘당장 행복해 지고 싶거든 이웃을 도우라’는 말을 청소년에게 교육하자.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려는 공존의 정신과 자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 특히 청소년에겐 가치 있는 미래의 삶과 행복의 지름길을 열어줄 교육이다.
.gif)
.jpg){kind=small}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