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취재를 나가면 항상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선생님들의 고충은 없는지, 현재 추진되는 교육정책이나 제도들이 현장에 적합한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대응책이 필요한지에 대해 묻곤 한다. 그때 선생님들의 대부분은 ‘한계’를 지적한다. 현재 가장 크게 논의되는 대입 제도가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진로교육, 창의적 체험활동, 자유학기제 등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교육이 변화했다. 수업도 기존의 주입식 교육에서 변화해 학생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그러한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면 귀가 솔깃할 정도이며, 시대를 잘 타고나야 한다는 아쉬움마저도 든다.
그러나 정작 고등학교에서는 대입 때문에 더 좋은 점수를 받아,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부분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교육의 변화가 ‘도루묵’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입제도가 없어지거나 효과적인 측면으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 한마디’에 정시를 얼마나 확대하느냐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지만, 교육단체들은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고, 여전히 특권층이 수혜를 입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며, 향후 고교학점제 안착에도 문제가 생기는 점을 언급하며 정시 확대는 안 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1월 중으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 등 발표를 앞두고 교육개혁에 대한 청사진이 보일 것 같지만, 분명 그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제도적인 한계도 크겠지만, 학생과 교사, 더 크게는 학부모까지 아우르는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한계가 가장 크다. 이렇게 수시로 바뀌는 대입제도에 어떤 방법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알 수 없는 수험생들은 수시와 정시 어느하나 놓칠 수 없어 혼란스럽고, 그를 뒷바라지 하는 학부모 또한 자녀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안타까워 한다. 진학상담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들 역시 학생들에게 뚜렷한 방향을 제시할 수 없어 진퇴양난이다.
조금 거리가 먼 사례이지만 여기에서도 교육의 한계가 느껴졌다. 지난 8월 광주의 한 중학교 도덕교사가 ‘성과 윤리’ 수업시간에 여성단체에서 추천한 영화를 교육 자료로 학생들에게 보여줬다가 직위해제되고,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표면적으로 따져보면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 해당 교사가 학생들에게 보여준 영화 ‘억압받는 다수’는 남녀의 고정적인 성 역할을 뒤집은 내용으로 성불평등을 다룬 11분짜리 프랑스 단편영화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를 여성 중심의 가모장적인 사회로 바꾸어 표현한 내용은 작품성을 가치있게 평가받을만 하지만, 그를 다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으로 표현하고 있어 학생들이 봤을 때는 충격적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교사는 이 영화를 ‘교육 자료’로 사용했다. 영화를 19세 미만 관람불가로 본 것이 아니라 성평등이 무엇인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상으로 본 것이다. 자료가 얼마나 적절했나를 따져보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교사가 교육적인 측면에서 사용했다는 점에 중심을 놓고 평가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수업에서의 한계점도 있지만, 교육청의 처분에서도 한계가 드러난다. 교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수업에 해당 자료를 사용했는지는 고려하지 않고, 학생들의 민원 제기와 전수 조사 등을 가지고 해당 교사를 수업에서 배제시키고,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학생의 인권이 우선시되어, 교사가 보호받지 못한 상황이다.
학생들은 점점 틀에 갇혀있지 않고,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을 원하고, 또 그런 교육을 받고 있다. 자유학년제, 고교학점제 등 학생들이 각자가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정작 그런 교육을 행해야 하는 교사들은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정해진 틀 안에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현재의 대입제도에선 더더욱 그렇다.
물론 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모두의 의견을 다 수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현장에서 교육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이 제도적, 정책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부디, 가르침의 한계, 배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한 교육제도가 11월에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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