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신장을 위한 제도적 방안

오명성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장

둔산여자고등학교 교장

Ⅰ. 들어가면서

2000년 이후 ‘공교육 붕괴론’이 대두되면서 교사 역할의 문제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학교교육이 변화하는 속도가 학부모 요구와 사회발전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 벌어진 상황이다. 이때, 교권침해가 대두되면서 우리 교원들은 사회에서 교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고 우리들도 반성할 부분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에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은 그 정도를 넘고 있다. 교육적 측면에서 교권신장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여 공교육이 되살아나고 스승과 제자가 마음을 터놓고 함께 진정한 교육의 장을 열기 위해 노력할 때이다.

교권(educational authority)이란 두 가지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다. 하나는 교육자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교육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행정이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독립성을 가지며, 정치세력으로부터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교권은 교육행정의 개념은 배제하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의미인 ‘교사의 권리’로만 국한해서 생각하고자 한다. 교권은 제도적 권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 침해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 교원의 지적․기술적 권위에 대한 불합리한 평가로 인하여 교원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교직생활의 기본조건이란 의미를 가진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교원들의 역할 수행에 있어서

① 일정한 기간의 훈련을 통하여 획득한 전문적 지식과 능력의 소유자로서 권위를 인정받고

② 부과된 책임과 임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부당한 간섭과 침해로부터 자신과 자신의 업무를 보호하고

③ 전문직에서의 안정된 생활과 최대한의 능률을 기하기 위한 신분상의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교권침해란 이러한 교권에 반하는 행위로 교육행정기관, 상급자, 동료, 학부모, 학생 등이 학교교육활동과 관련하여 교사의 교육할 권리와 사회 윤리적·전문적 권위를 침해 또는 무시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교권침해는 학교에서의 교사의 올바른 역할 수행에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며, 이것은 학교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교사, 학생, 학부모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Ⅱ.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 분석 및 해결방안

한국교총에서 상담한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교권 침해’사례가 2009년 237건, 2010년 260건으로 23건이 증가했다. 한국교총이 지적하는 ‘교권 침해’사례란 교사가 법적으로 부과된 책무를 넘어서는 부당․과잉 책임 논란에 휘말린 것을 의미한다. 유형별로는 ‘학부모·학생에 의한 부당행위’가 98건(37.7%)으로 가장 많았고 ‘경미한 체벌에 과도한 금품 및 사직 요구와 폭언’이 39건으로 전년도(28건)에 비해 약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생 안전사고와 관련한 손해배상 부당 요구(34건, 13%), 부당징계와 교직원사이의 갈등(각각 32건, 12.3%), 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12건, 4.6%) 등이 있었다.

교권침해 방식도 다양해져 ‘부당한 대우를 한다’며 한 학부모가 5년간 담임교사 3명, 교장 등을 돌아가며 10여 차례 소송을 거는 경우가 있었고 학업 태도가 불량한 학생의 머리를 살짝 한 대 때리자 병원 특실 등을 오가며 수 백 만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교육현장에서는 교권침해 현상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교총에 접수되지 않은 교권침해 사건을 감안하면 관련 사례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적으로 결론지을 수 없지만 이런 현상은 서울과 경기도의 전면적인 체벌금지조치가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교원의 교육권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이다. 따라서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교원들의 교육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교원의 교육권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교원이 어떠한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 없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확보하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즉 교원들에게 교육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는 학생과 학부모등 수요자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그림 1] 최근 5년간 교권침해 상담사례 현황 
 

교권침해 상담사례 접수현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접수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학생지도, 학급운영 등에 대한 학생·학부모 등에 의한 부당행위가 98건으로 가장 많았고, 학교폭력 등 기타가 52건으로 두 번째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학교안전사고로 인한 피해가 34건, 부당한 처분에 따른 신분피해와 교직원간의 갈등 피해는 각각 32건, 허위사실의 외부 공표로 인한 교원의 명예훼손은 12건 발생했다.

[그림 2] 유형별 교권침해 상담사례 접수 현황(건수)

유형별 교권침해 사례를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부당한 처분에 따른 신분피해는 77.78%, 기타(학교폭력, 비리 등)는 246.67%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학생지도, 학생·학부모 등에 의한 폭언·협박·폭행 등의 부당행위는 9.26%, 허위사실의 외부 공표로 인한 교원의 명예훼손은 14.29%, 교직원간의 갈등은 21.95%, 학교안전사고로 인한 피해는 17.07%가 감소하였다.

사회적 여건의 변화와 함께 교단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결과는 매우 우려스럽다. 즉, 학생체벌 금지, 학생인권조례, 교원능력개발평가 등으로 교원들이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고 있는 가운데 학교 내에서의 분쟁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단위 학교에서 학생, 학부모, 외부인에 의한 부당한 교권침해 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교육주체(학생, 학부모, 교원 등) 간의 바람직한 교육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지 않았고, 또한 분쟁사안에 대한 교육주체들의 해결접근 방식이 미숙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즉, 학부모들의 학교운영 참여 절차와 방법, 분쟁해결 절차와 방법 등을 학교측이 정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고, 학부모는 적절한 절차에 따라 해결방법을 찾아야 함에도 무조건 항의하고, 과도한 금품을 요구하는 등 갈등을 키우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결국 학부모의 이러한 교원과 학교에 대한 경시 풍조가 어린 학생으로까지 점점 확대되어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 기타 사례와 신분피해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기타로 분류된 상담사례들을 살펴보면, 학교폭력 상담사례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간의 분쟁으로 끝나지 않고, 지도교사 혹은 담임교사에 대한 부당행위로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부당한 처분에 따른 신분피해 사례도 학생체벌 등에 의한 분쟁으로 인한 징계가 많았음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피해사례는 예년과 같게 교사가 정당하게 학생지도를 했음에도 불만을 갖고 학부모가 교사에게 사직이나 전보 또는 담임교체 등을 요구하는 사례와 교육적 체벌에 대해 교사에게 과도한 금전을 요구하거나,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분쟁을 조정하려는 교육적 노력보다는 형사고소를 하는 경향과 맥을 같이한다. 또한, 2010년도에는 학생간에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해 학부모가 학교와 교원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하거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결정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갈등이 많이 나타났다.

학교나 교원이 이러한 교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분쟁발생 시,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제6조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하여 분쟁조정의 노력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며, 교육청에서도 분쟁이 조정될 수 있도록 중재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의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하고 가해 학생 및 피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신속하게 하여야 한다. 가해 학생 및 피해 학생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불만이 있어 분쟁이 지속될 경우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학교폭력 SOS지원단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분쟁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부당행위로 인한 교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2009년 7월 국회에 입법발의 되어 있는 학교출입 절차마련, 교육활동전담 변호인단 설치․운영, 교권침해에 대한 엄정 조사(교원들은 교수․학습 및 학교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민형사상 모든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기구 및 제도 수립) 등의 내용을 담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

둘째,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 법률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안전사고로 인한 교권침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007년 9월 1일부터「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어 학생․교직원 또는 교육활동참여자가 교육활동 중 발생한 생명 또는 신체에 피해를 주는 모든 사고 및 학교 급식 등 학교장의 관리․감독에 속하는 업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요양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고 있다.

동 법률이 시행된 지 3년이 넘어가는 2010년에도 상담 사례수로 보면 건수가 줄어들었지만, 학교안전사고로 인해 학부모와의 분쟁이 발생하여 교원들이 민사소송에 대응해야 하는 실정이다. 즉, 학부모가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보상을 받는 보상금액에 만족하지 못해 학교나 교원에게 책임을 전가하여 소를 제기하거나,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치료비를 보험회사의 보험으로 처리할 경우, 보험회사에서도 학교의 보호․감독의무 소홀의 이유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학교안전사고가 전년도와는 달리 정규 교육활동 중에 일어나기보다는 쉬는 시간 등 학교의 일과 전후, 등·하교 중에 발생하는 빈도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교원 및 학교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안전사고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교사와 학교가 학교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경우는, 주의ㆍ감독의무를 소홀했거나, 예측 가능했음에도 주의를 다하지 못했거나, 사후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 입증될 경우인데도 교원과 학교가 부당하게 책임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Ⅲ. 교권 신장 방안

수년 전만 하더라도 학부모나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해도 큰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부산 여학생에 의한 교사폭행 사건도 세간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만큼 교권침해 사건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교사에게도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문제가 더욱 더 확대되기 이전에 적절한 교권신장 방안을 찾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교육당국, 학교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고민하여야만 해결될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함께 공동책임이라고 생각하고 문제를 접근해야만 할 일이라고 본다.

가. 학교분쟁의 소지가 있는 교육관련 법령의 정비 및 학교 규칙의 제․개정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의 주요 원인인 학교안전사고, 체벌 등과 관련된 관계 법령 및 학교규칙 등을 명확하게 정비하여 이의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교육공동체간의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여 학교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학교안전사고의 경우 학교안전사고 및 보상에 관한 법률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체벌금지조치에 따른 해당 규정을 명확히 하여 교권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사들 역시 체벌금지조치에 따라 이를 준수하여 결과적으로 법적인 책임을 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체벌금지조치에 따라 대체벌 문제를 좀더 현실적이고 명확하게 함으로써 교권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교안전사고 및 체벌 등을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고, 어떤 경우라도 불공정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개정된 규정을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정확하게 전달하여 분쟁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6월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