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언제부터 사교육이 대한민국의 교육을 멍들게 했는가? 기억하기조차 어렵다. 그만큼 사교육은 뿌리가 깊다. 그래서 이제는 모두가 ‘사교육 망국론’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 화두였음을 서서히 망각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2018년 통계청 조사 결과 우리나라 초중고 한 해 사교육비는 18조 6,223억 원이다. 1인당 평균 월 27만 1,000원을 지출한다. 이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한 평균이다. 하지만 이런 심각성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제각각이다. 아니 오히려 국가가 앞장서 실질적으로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는 꼴이다.

최근 정부의 정시 40% 이상 확대 조치는 교육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공고한 것이다. 이는 공정한 입시를 명분으로 삼아 사교육 망국론을 부채질하는 최악의 한 수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묻고 싶다. ‘대한민국 교사로서 학생에게 학원가라고 말하지 않는 교사는 얼마나 될까?’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맥킨지 보고서는 대한민국 중산층 재무위기의 원인으로 과다한 사교육비를 꼽았다. 더불어 결혼 기피, 저출산, 불안한 노후 등 사회의 존립기반 자체를 흔드는 여러 문제의 배후에 하나같이 사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은 허구한 날 사교육의 심각성을 외치는 사회지만 실제 문제 해결을 향해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사교육의 치명적 결과, 바로 우리 교육의 질서를 파괴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기교육은 나이라는 질서를, 선행학습은 학년이라는 질서를 무너뜨렸다. 질서가 무너진 교육은 이름하여 전쟁이다. 지금의 더 일찍, 더 많이 사교육 시키기 경쟁은 혼돈의 블랙홀이다. 경제력과 정보력을 무기로 상류층 부모들이 먼저 포문을 열면 모든 국민이 공포 분위기에 휩싸인다. 게다가 각종 매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세워 교육 도우미의 역할을 자처하지만 결국은 공포 마케팅을 유발하여 사교육을 조장하는 효과만을 낳고 있다.

<이하 내용은 월간 교육평론 3월호에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