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도입이 가시화됐다. 교육부가 오는 2022년 도입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한 것이다. 내년부터는 학점제 도입 준비를 위한 정책연구 학교 60곳과 선도학교 약 40곳이 지정·운영된다. 서울에서도 2019년부터 모든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에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는 '개방형 선택교육과정'이 시행된다. 초보단계의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의 초·중등 교육분야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이다. 고등학교의 교수학습·평가를 개선하고 고교교육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학교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서열화돼 있는 현행 고교체제를 바꿔나가겠다는 목표이다. 나아가서 대입제도 개선까지 겨냥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취지의 고교학점제가 잘 운영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다. 이를테면 초보형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가 제시한 선택과목을 보면 어려운 과목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들이 소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현행 고교 수업과정과의 사이에 불일치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대학입시를 치러야 하는 고교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학력수준 중심으로 치러지는 객관식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어울리지 않는 과목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현장에 정착되지 않고 겉돌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려면 교원들이 별도의 준비를 하거나 외부강사를 초빙해야 하는데, 그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그나마 대도시에서는 가능하자만, 농어촌지역에서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서는 가르치는 일 외에도 여러가지 업무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업무부담 증가에 대한 교원과 교원단체의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행정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 의문이다. 고교 교원을 더 늘려야 할 필요성도 제기될 것이다. 그런데 이는 많은 예산투입을 요하는 것이어서 전망이 불투명하다.

요컨대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데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때로는 많은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보다 치밀하게 검토해서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학교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그 피해는 교원과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이 점을 교육당국은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