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지

홍오선

꽃눈 하나 띄기까지 긴긴 밤 몸부림을

묵묵히 기다려온 잎새들의 설레임을

뒤늦은

한 점 꽃씨가

참말로 알 수 없지.

낭자하던 웃음소리 새 떼가 몰고 간 뒤

공허한 빈터 위에 절룩이는 발자국 하나

내 명치

굳은 체증을

그 누구도 알 수 없지.

항하 모래 한 점도 놓일 자리 놓였건만

예까지 오기에는 얼마나한 시간일까

누군가

깨달았다 한들

내 감히 알 수 없지.

- 시집 「냉이꽃 안부」에서, 엄기원 선정 -

<홍오선 프로필>

·서울 출생

·숙명여고,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5년 <월간문학>과 <시조문학> 천료로 등단

·한국시조시인협회 부회장을 거쳐 현재 한국여성시조문학회 회장

·현대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이영도시조문학상 수상

·시집 「繡를 놓으며」「하늘 바라 서리라」외 다수

동시집 「아가랑 할머니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