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 명의 아이들과 동시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개별 상담을 부담스러워 하는 아이들을 위해 새로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친구와 같이 와서 이야기하면 더 편안해했습니다. 평소 교장실을 자주 오는 민서와 민서 친구 영선이 그리고 상담실에서 추천한 주철이와 상담을 했습니다.

상담 시작 전, 자리에 앉아 두 명씩 팔씨름을 했습니다. 먼저 주철이와 내가 팔씨름을 하고 나서 민서와 영선이가 했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서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서로의 공통점을 찾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주도와 김치찌개를 좋아하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세 아이에게 공통 질문을 했습니다. 살면서 가장 도움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물으니 영선이는 엄마와 친구들, 주철이는 형과 자기 자신 그리고 민서는 엄마를 꼽았습니다. 이어서 적이 되는 사람으로는 주철이는 자신을 나쁜 길로 이끈 친구들과 가끔 자신의 기를 죽이는 형, 민서는 중학교 때 따돌림을 한 친구들, 영선이는 남자친구를 말했습니다.

성공이 보장된다면 하고 싶은 일 등 7가지 질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질문에 답하고 서로 궁금한 것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들 표정이 무척 밝아졌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동시 상담을 마친 뒤 영선이가 이어서 개별 상담을 원해 이야기를 계속 나눴습니다.

먼저 교장실에 오기 전과 지금의 기분을 물으니 편해지고 낯설지 않아서 좋다고 합니다.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종이에 쓰게 했습니다. 약간의 피해망상, 지각, 자주 아픔을 썼습니다. 각각의 문제에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 화살표를 밑으로 긋고 느낌을 쓰게 했습니다. 불안하고 몸이 약해서 싫다고 해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불안했던 경험을 써보라고 했습니다.

언니랑 비교당할 때와 자존심 떨어트리는 말을 들을 때, 신체 놀림을 당할 때라고 적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언니랑 비교를 많이 당했고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말을 듣게 되면 차별받는 느낌 때문에 힘들고 화가 나며 불안해진다고 했습니다. 영선이에게 지금까지 쓴 것을 보고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한 다음 난 느낌을 쓰게 했습니다. ‘별로다. 계속 이렇게 살면 힘이 들것 같다’고 했습니다.

영선이와 지난 일에 대해서 ‘나는 비록’ 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감정 이별 연습을 했습니다. “나는 비록 언니랑 비교당해서 화가 많이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합니다” 문장을 만들어 눈을 감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난 후 느낌을 물으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상담을 마치면서 영선이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이야기해 편안해졌으며 마음 속 이야기를 하고 나니 후련하다고 했습니다.

영선이는 언니가 공부를 너무 잘해 집에서는 항상 비교 당했으며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뚱뚱하다고 놀려 너무나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것이 이제 마음의 일부로 굳어져 내면이 항상 허전하고 텅 빈 것 같아 스스로를 무가치하고 초라하게 여겼습니다.

소리 없이 반복적으로 비교를 당하게 되면 점점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마비돼 결국은 병리적 마음 상태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무심코 말하는 비교와 냉소는 아이들 먹는 밥에 독약을 넣는 것과 같습니다.

외롭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 자기 자신을 더 놓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인식의 전환이 이뤄집니다. 한 시간을 할애해 노트를 들고 자신을 기분 좋게 하는 차를 마시며 70살이 된 내가 지금의 나의 삶에 조언을 해주는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현명하게 나이든 내가 지금의 나의 막힌 곳을 흘러가게 해 활기를 되찾게 해 줄 것입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