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예찬

유소영

가벼워서 물 위에 뜨고

부스러져 가루가 되어도

향기는 감출 수가 없다

그 체취, 물이 되어

나의 목을 축일 때

넓은 들판 보리밭 물결소리

귓불에 내린다

먼, 선인이 만들고

지금도 식탁을 풍미하는

보리알 싹트는 향기

빈 계절을 푸르게 장식하는 보리여

보릿고개 넘어온 봄의 발톱은

파랗게 쑥물이 들어 있구나

혹한을 넘어와

나 이렇게 푸르렀으니

이제 내 몸에서도 보리 향기가 난다

- 시집「오늘의 쉼표」에서, 엄기원 선정 -

<유소영 프로필>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 대학원 수학

·건국대학교 명예교수(현)

·2008년 <아동문학세상> 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오늘의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