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환골탈태(換骨奪胎)하며 동서를 가로지르는

천삼백 리 면면한 아리수의 물결을 헤치고

순박한 양떼의 마음으로 응결된

을미년의 푸른 태양이 피어난다

문득

싱싱한 먹물을 찍어

희디흰 사초(史草)의 첫 장을 기록하고

고개를 들어 드넓은 곳을 응시하니

화랑의 발자국 소리 자욱한

백두대간 언덕 위에서

태초의 튼튼한 말씀들이 들려온다

비탄과 비난의 현재를 부정하고

환희와 관용의 내일을 소망하라

가식과 편견의 비늘을 벗고

진실과 배려의 정신을 노래하라

디지털적 사고가 지배하는 편협의 시대에도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고

활자와 영상이 조화를 이루며

온통 화해과 덕담만이 가득하리라

이 세상 최고의 찬사가

빛처럼 쏟아지는 이 아침에는

평화를 구가하는 목동의 마음으로 서서,

어제의 아픔과 절망을 딛고

부활을 꿈꾸는 고뇌의 바다를 향해

뜨거운 가슴을 내밀어라

 권영해權永海

 * 경북 예천 출생

 *『현대시문학』을 통해 김춘수 시인 추천으로 등단

 * 2007년 울산시 문화예술 표창 수상(문학부문)

 * 울산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 시집 『유월에 대파꽃을 따다』, 『봄은 경력사원』등

 * 현대고등학교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