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통해 평생 배움을 추구하는 “날날이 쌤과 함께 하는 발전소”에서는 요즘 다 좋은데 공부만 하지 않는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왜 공부 아니 배움을 그만두고 하루 종일 멍하니 칠판만 보게 되었는지 심리적인 면과 해결책을 고민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막연히 대학입시를 위한 영어, 수학을 위주로 공부를 강요한다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점심시간 운동장 벤치에 앉아 있는 세민이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점심은 먹었는지 물었습니다. 먹었다고 합니다. 메뉴를 물어 보고 음식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차분한 목소리로 김치찌개를 좋아 한다고 대답하는 세민이에게 상담할 의양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무슨 상담 하는지 물었습니다. “진로”라고 하고 약속 시간을 잡았습니다.

상담실에 들어오는 세민이는 안경이 작은 얼굴을 다 덮고 있었습니다. 작은 키 마른 체구에 목소리가 차분했습니다. 약간은 경직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묻는 말에 작은 톤으로 대답을 하였습니다. 어색함을 풀기 위해 먼저 동전 업 활동을 했습니다. 손바닥에 동전을 숨기고 찾는 것입니다. 동전을 찾을 때는 손에 힘을 주어 뒤집게 하였습니다. 힘을 쓰고, 손을 잡으면서 흰 치아를 보이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동전을 주며 역할을 바꾸었습니다. 재미있는지 못하겠다는 말이 없이 적극적입니다.

몇 가지 활동을 마치고나서 요즘 고민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내 꿈을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내 꿈에 동그라미, 화살표를 길게 그리고 느낌을 적었습니다. 감정카드 보면서 해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심란함과 답답하다고 합니다. 두 느낌 중에 하나만 고른다면 어떤 것인지 다시 물었습니다. 답답하다고 하였습니다.

세민이는 세 가지 내면에 숨어 있던 답답한 것을 찾았습니다. 중학교 때 친구들 때문에 답답했던 기억, 성적 때문에 고민했던 것, 그리고 어느 때 부턴가 모든 것을 귀찮아하는 태도.

다시 읽어 보고는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합니다. 한 가지 더 생각난다고 하면서, 요즘은 잠을 많이 잔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내가 암울하고 한심하다는 표현을 하였습니다.

답답함을 문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나는 비록 게을러서 답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사랑한다”는 문구를 만들고 눈을 감고 세 번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느낌을 물으니 다시 한심하다고 합니다.

세민이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으로 ‘항상 너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는 아빠를 뽑았습니다. 반대인 나를 방해하는 사람으로는 중학교 때 친구들이라고 하면서 다 용서했다고 합니다.

꿈이 없다는 세민이의 어릴 적 꿈은 의사였다고 합니다. 중학교 2학년 기말고사에 평균 30점이 떨어진 후부터 의욕을 상실한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한 번 실패가 그대로 응고되어 회복 하지 못한 것입니다. 안나 프로이트는 인간에게는 자아와 본능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조절하는 방어기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내성적인 세민이는 잠과 게으름이라는 이름으로 두려움을 회피하고 있었습니다. 수학 공부를 다시 시작해 보겠다고 하면서 지금 이 상태로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다시 힘 있게 유턴하기를 바라면서 상담을 마쳤습니다.

◆ 이렇게 합니다